당내에서는 엇박자의 이유 중 하나로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의 독단적인 정책 판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긴밀한 당정 협의를 강조했던 이해찬 대표가 취임한 지 2주만에 당청 간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최근 민주당은 부부합산 소득 7000만원 초과자를 전세보증에서 배제하는 금융위원회의 발표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금융위의 발표가 '실수요자 배제' 논란을 일으키자, 당이 서둘러 진화한 모양새다. 결국 금융위는 정책 발표 하루만에 취소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당청 간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당내 분위기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정부 발표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금융위에 사실관계를 따져 물어보니, 이미 다 보고한 내용이라며 넘어가더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당청 엇박자의 배경에 청와대 김 수석의 독단적 정책 판단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 사이에서는 이미 김 수석이 '실세', '왕수석'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부동산 정책 관련해서는 김 수석이 사실상 모든 사안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국토위 소속 한 여당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수석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도권을 단단히 쥐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과 정부가 혼선이 생길 정도로 힘들어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김 수석의 영향력이 막강한 이유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으면서 부동산 정책을 전담했다. 당시 강력한 종합부동산세 정책을 추진했던 인물 중 하나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을 입안했던 인물이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신뢰하고 있고, 20년 넘게 도시정책을 담당한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이 '왕수석'임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에 하나로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이 휴가 중에 불려나온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한다.
지난해 김 장관이 '8.2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다음날 김 수석이 청와대에서 별도의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한 터였다.
그만큼 정부와도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당일 그는 "새 정부는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올해 발표된 종부세 인상률은 3주택자에 대해 0.3%로 '찔금 증세'에 그쳤고, 서울과 수도권 등에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약한 편이다.
오히려 이해찬 대표가 연일 종부세 강화와 수도권 주택공급을 강조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김 수석이 종부세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종부세 트라우마'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김 수석은 "참여정부 시절 17번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가격이 올랐다는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며 "새로운 유동성 국면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했다"고 정책 실패를 시인하기도 했다.
또 '공급 확대'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에 대규모 공급을 하기 위해선 민간업체가 참여하는 재개발과 용산.여의도 개발 등 추가 개발사업이 필요할 수 있고, 이는 시장에 또 다른 혼란을 줄 수 있어 정부로서도 보폭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토위 소속 여당 위원들은 청와대와 정부로부터 부동산 관련 자료를 받아 정책 결정의 면면을 따져볼 계획도 하고 있다.
또 다른 국토위 여당 위원은 "부동산 문제에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어떤 정책들을 어떻게 결정했는지 살펴보고, 비판이 필요하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