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수 야권의 한 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무슨 소리인지 들여다봤다.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총예산규모가 9.7% 늘어나 470조가 넘는 거대 예산인데 정부가 유독 북한인권재단 예산은 92.6% 삭감했고, 북한인권정보시스템 예산도 70.7%나 깎았고, 탈북자 정착금도 31.6%나 줄였다는 것.
그는 "내년 예산편성에도 김정은의 입김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작용할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북한인권재단 운영과 탈북자 지원금 예산, 북한인권정보시스템 예산이 줄었다면서 그가 제시한 수치는 다 맞다. 문제는 왜 그런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하나 하나 짚어보자.
먼저 북한인권재단.
운영 예산으로 올해 108억 원이 책정됐으나 내년 예산은 8억원으로 줄었다. 거의 전액 삭감이나 다름없다.
왜냐. 북한인권재단 자체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총 12명의 이사진 중 국회 몫인 10명을 추천받지 못하면서 사실상 식물상태였다. 재단 사무실은 20개월이 넘게 사실상 비어 있었음에도 초기 인테리어 비용과 매달 임대료 등으로 20억 원에 가까운 혈세만 낭비했다.
계속 두면 매달 6천만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단 사무실을 없앴다. 그래서 운영 예산이 90%넘게 삭감된 것.
통일부는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는 대로 예비비를 편성할 것"이라며 "그 전에는 사무실 임차 등 재단 출범 준비를 위한 최소한의 예산인 8억 원만 반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다음 북한인권정보시스템 예산을 보면 올해 17억여 원이 책정됐다가 내년 예산에는 4억9천만원만 반영됐다. 12억여 원이나 감소했다.
역시 이유가 있다. 북한인권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이 끝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유지 보수 비용만 책정됐다.
참고로 '북한인권개선 정책 수립 및 추진' 예산은 3억3천만 원(2018)에서 3억7천만원(2019)으로 늘었다.
마지막으로 탈북자 정착금 예산 삭감 문제.
'북한이탈주민 정착금 지급' 예산이 584억 원(2018년)에서 400억원(2019년)으로 180억 원 줄어든 것은 맞다.
탈북자 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 입국자 수는 지난 2009년 2,91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 추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1,127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지난 6월말까지 488명에 그쳤다.
정부는 탈북자가 남한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필요한 비용을 현금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1인 세대에 700만원, 4인 세대에 2천만 원을 지급하는데, 이외에도 지방거주 장려금, 직업훈련수당, 취업장려금 등도 책정돼있다.
탈북자 수가 줄어들면 그 한명 한명에 대한 직접 지원 예산 자체가 감액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다 탈북민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거주지에 전입한 이후 신청하거나 지급하는 일부 정착금은 하나재단으로 이관됐다.
장애가산금, 장기치료가산금, 제3국 출생 자녀양육가산금, 교육지원금 등을 합쳐 110억 원 기존 '정착금 지급' 예산 항목에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운영' 항목으로 옮겨졌다. 없어진 게 아니라 지원 주체만 달라진 것.
이렇게 탈북자 입국 인원 감소로 직접적인 정착금 지급 예산은 줄었지만 기존에 입국한 탈북자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오히려 조금씩 늘었다.
'북한이탈주민 정책 및 지원체계 운영' 예산은 164억 원(2018년)에서 184억원(2019)로, '북한이탈주민 교육훈련' 예산도 134억 원(2018)에서 137억 원(2019)로 각각 12.5%와 2.2% 증가했다.
이래도 김정은 예산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