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구단들은 3주 동안 차출된 대표 선수들을 제외하고 알찬 방학을 보냈다. 힘든 정규리그를 치르느라 쌓였던 피로를 풀고 부상을 치료했으며 모자랐던 부분을 점검, 보완했다. 서머리그를 통해 실전 감각도 유지했다.
이제 아시안게임 원정을 떠났던 주력들이 돌아와 남은 인원들과 막바지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3회 연속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룬 선수들이 금메달의 기운을 소속팀에 불어넣는다면 금상첨화다.
그렇다면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과 그 휴식기 이후 남은 기간 가장 기대가 되는 팀은 어디일까. 어떤 구단이 아시안게임의 기를 가장 많이 받을까.
우선 넥센이 꼽힌다. 넥센은 아시안게임 주전 야수 중 3명이 포함돼 맹활약을 펼쳤다. 4번 타자 박병호는 슈퍼라운드는 물론 결승전까지 4경기 연속 홈런으로 타선의 일등공신이었다. 이정후는 타율 4할1푼7리에 2홈런, 7타점으로 톱타자와 외야수로 제몫을 해줬고, 김하성은 장염 속에서도 일본과 슈퍼라운드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넥센은 3명이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을 얻었다. 김하성과 이정후, 우완 최원태까지다. 이들의 금빛 기운이 남은 정규리그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넥센은 휴식기 이전에도 좋았다. 8월 팀 창단 최장인 11연승을 구가하는 등 중하위권에서 4위로 치고 올라왔다. 아시안게임 우승 기운을 받아 3위까지 넘볼 태세다.
6위 삼성도 불펜진에 자신감이 붙을 전망이다. 아시안게임 동안 최충연은 다른 팀도 감탄할 만한 구위로 병역 혜택에 충분한 활약을 펼쳤고, 장필준도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다. 5위 싸움에 힘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중견수 박해민이 병역 혜택 논란을 얼마나 극복하느냐, 또 아쉽게 대표팀에서 낙마한 심창민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회복했느냐가 변수다.
KIA 멤버들도 이번 대회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에이스 양현종이 대만과 1차전, 일본과 결승전 등 가장 중요한 경기에 선발 등판해 존재감을 뽐냈다. 6이닝 2실점, 6이닝 무실점 역투로 대한민국 최고 투수를 입증했다. 안치홍도 결승전 2타점 결승타 등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고, 임기영도 아시안게임 7⅓이닝 평균자책점 1.23의 호투로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양현종의 정규리그 등판 일정이 다소 밀리는 아쉬움이 있지만 가장 많은 경기를 남겨둔 KIA로서는 큰 타격은 없을 전망이다.
SK와 한화도 상위권 경쟁에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 SK는 포수 이재원과 사이드암 박종훈이 대표팀에서 감초 역할을 했다. 박종훈은 독특한 투구폼과 구질로 2020년 도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까지 부풀렸다. 한화 마무리 정우람은 장염으로 고생했지만 일본과 결승전 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최고 클로저의 자존심을 지켰다.
대표팀 주장이었던 김현수도 아시안게임 마음고생을 털어야 한다. 정규리그 타점(101개) 안타(164개) 1위였던 김현수는 아시안게임에서 20타수 3안타에 머물렀다. 국제용 타자라는 명예로운 호칭에 걸맞지 않았다. 우완 임찬규도 약체 홍콩전에서 홈런 포함, 4이닝 2실점했는데 빨리 기억을 떨쳐야 한다.
롯데는 간판 타자 손아섭이 아시안게임에서 다소 아쉬웠다. 초반 4경기에서 13타수 무안타에 그친 손아섭은 슈퍼라운드 중국과 2차전에서 3안타로 부활했지만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2타수 무안타였다. 워낙 상대 투수들의 공이 느려 타이밍을 잡지 못한 탓이 적잖았다. 근성과 성실함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손아섭인 만큼 KBO 리그에서는 제 컨디션을 찾을 전망이다.
최하위 각축전을 벌이는 kt와 NC는 아시안게임 기간 호재가 있었다. kt는 주포 황재균이 홈런 4방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다른 타자들이 고전한 가운데 장타를 펑펑 날려 한국 타선에 빛이 됐다. NC 내야수 박민우는 쏠쏠한 백업 역할로 병역 혜택을 기쁨을 누렸는데 kt와 탈꼴찌 경쟁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이제 KBO 리그는 각 팀마다 최소 28경기에서 34경기만을 남겼다. 막판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휴식기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