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특사단 전원을 재임명한 것은 이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찬회동까지 나누며 '한반도의 봄'을 이끌어냈다는 남북 신뢰에 기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꼬여 있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타개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가한다.
특사단이 부여받은 1차 임무는 지난달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합의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개최일자를 확정하는 것.
하지만 이면에는 6·12 센토사 북미 정상회담 이후 서로가 해석을 달리하는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중재자인 한국의 절묘한 '묘수찾기'가 향후 한반도 운명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절박함도 묻어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무산과 동시에 미 의회를 중심으로 '브링크 액트(BRINK Act)' 등 추가 대북 제재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번 특사단은 북미간 간극을 좁히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게 됐다.
남북 정상회담만을 위한 협의라면 추가 고위급회담을 개최해도 충분한데, 청와대가 특사 파견을 결정한 것은 현재 교착상태인 비핵화 문제를 돌파할 가교역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사라는 것은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정체된 무엇인가를 돌파하기 위해 파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지 여부에 대해 청와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1차 특사단 전원이 이번에 방북한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안에 대한 확답을 곧바로 주지 않더라도,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중있는 의제로 사전 세팅만 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청와대는 북한이 요구하는 '선(先) 종전선언'과 미국이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는 '비핵화 리스트' 제출 사이에서 서로의 접근법을 완화시키는 절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신고서 제출 등 비핵화 초기 조치를 공신력 있는 방식으로 약속하면, 미국도 종전선언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단계적 방안이 거론된다.
핵리스트 제출 이후 종전선언 검토에 대해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만큼, 종전선언과 핵신고를 동시에 추진하거나, 종전선언 논의 가동 시점을 핵리스트 제출 바로 앞에 뒀다가 일괄 맞바꾸는 '원 패키지' 방안을 김 위원장에게 상세하게 설명할 수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핵신고서를 먼저 제출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우리측의) 중재안이 될 수 없다"며 "적어도 북한 입장에서는 동시에 추진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사단은 비핵화 논의가 진전을 이뤄야만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된 남북관계 발전도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결단을 촉구하거나, 적어도 이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마주 앉는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상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북한연구소장은 "특사단은 북한에 핵문제가 어느정도 진전을 보여야 남북관계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소상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특사단 수석대표로는 남북정상회담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거론됐지만, 불필요한 보혁(保革) 갈등 논란을 피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고심 끝에 정의용 안보실장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특사단 수석대표를 맡은 정 실장은 지난 3월 평양 방문 직후 백악관을 찾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특사 결과를 공유하고 북미 대화 가교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특사단 역시 평양에서 돌아온 직후 문 대통령의 중재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곧바로 미국과 공유하면서 중재안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