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 내 살림에 어떤 영향?

[홍기자의 쏘왓] 文규제 혁신 1호, 여당 동참
일부 금융전문가, 시민단체 반발하며 논란 가속화
중금리 시장 대출 확대 기여·대출금리 인하·예금금리 인상
올해 1분기 인뱅 96.1% 고신용자에게 대출
중금리 대출 활성화 취지 반대라는 지적
"재벌 사금고화로 국민 경제 파탄까지 갈 수 있어"

■ 방송 : CBS라디오 <임미현의 아침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00~07:30)
■ 진행 : 임미현 앵커
■ 코너 : 홍영선 기자의 <쏘왓(So What)>

◇ 임미현> <임미현의 아침뉴스>에서는 이번 주부터 정치 경제 산업 등 각 분야에서 발로 뛰고 있는 기자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뉴스소비자들에게 필요한 뉴스를 전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 화요일은 경제부 홍영선 기자와 경제 이야기를 할 건데요. 홍 기자, 스튜디오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홍기자.

매주 화요일 코너명이 <홍기자의 쏘왓> 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하시는 건지 좀 설명해주시겠어요?

◆ 홍영선> 네. '경제뉴스가 내 경제 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말 때문에라도 경제뉴스 챙겨보시려는 분들 있으시죠? 하지만 용어도 어렵고, 맥락도 모르겠고, 저는 또 결정적으로 그 뉴스가 그래서 뭐? 나한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뉴스소비자들을 위해서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이 코너를 통해 경제뉴스의 겉과 속, 맥락을 전달해보려고 합니다.

◇ 임미현> 당찬 포부네요. 자 그럼 오늘 첫 주제는 뭔가요.

◆ 홍영선> 요즘 정치권, 금융권에서 핫한 '은산분리 완화'입니다. 많은 언론들이 논란으로 이 문제를 '논란'으로 잡고 기사화 했는데요. 저는 그 논란이 그래서 뭐? 우리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데?라는 방향으로, 주제를 <은산분리 완화되면, 내 살림살이 나아지나?>로 잡아봤습니다.

◇ 임미현> 그러네요. 저도 언론상에서 은산분리 완화 논란은 많이 읽어봤는데 진짜 살림살이 보탬 될 지 한 번 두눈 부릅 뜨고 보겠습니다. 우선 많은 분들이 아실 수도 있지만, 은산분리 이 용어부터 설명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 홍영선> 네. 은산분리는 말 그대로 은행과 산업자본을 분리해야한다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서 삼성이나 현대차 등 대기업인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법으로 못박은 거죠.

◇ 임미현> 그렇죠. 그래서 우리나라엔 삼성은행. 현대차 은행이 없죠?
그럼 지금 논란이 되는게 이 원칙을 완화하겠다 해선가요?

◆ 홍영선> 한 마디로 정리를 해보자면요.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혁신 1호로 "인터넷은행 에 한해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좀 늘려주자"고 주장을 하면서 여당이 동참했고요. 반면 일부 금융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이 맞서면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 임미현> 제가 알기론 여당은 원래 은산분리를 완화하자는 자유한국당 의견에 계속해서 반대해온 걸로 아는데, 갑자기 방향을 바꿨네요?

◆ 홍영선> 아무래도 요즘 고용지표가 악화되다보니, 금융 쪽에서 핀테크를 발전시켜 일자리 창출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은행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이른바 인터넷전문은행의 메기효과를 정부여당이 상당히 눈 여겨 봤다고 하고요.

◇ 임미현> 메기효과. 다른 은행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는 건가요?

◆ 홍영선> 네 그렇습니다. 카카오뱅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유가 바로 하나의 앱을 통해 24시간 은행 업무처리를 할 수 있게 한 점, 인증 절차를 단순화한 점이었죠.

◇ 임미현> 그렇죠. 원래 하나의 은행도 각 기능에 따라 여러 앱이 있어서 상당히 귀찮았어요.

◆ 홍영선> 네 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에 가입자들이 몰리는 걸 보고, 여러 앱을 하나로 통합하고 공인인증서 대체 인증방식도 개발해 냈습니다. 제가 썼던 인터넷전문은행 메기효과 기사 댓글에는 "인뱅이 나타나니까 시중은행들이 정신차렸다"는 등의 의견들도 꽤 많았습니다.

◇ 임미현>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렇게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되면 내 살림살이 나아지는 겁니까.

◆ 홍영선> 네 우선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사이에 낀 '중신용자' 대출 시장을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고신용자들이야 은행에서 대출이 쉽지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4~6급 중신용자들 대출 여지도 좁아졌는데요. 이들에게 은행보다 높지만 카드사보다는 낮은 연 5~15% 중금리 대출을 해줌으로써 서민의 이자 부담을 줄여줬다는 겁니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신용 4~10등급 고객에게 2062억원의 신용대출을 제공(마이너스통장 대출 제외)했는데요. 올해 4월 말 잔액 기준으로 전체 신용대출 총액 4547억의 절반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는 1조 3749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20.2%(6월말 누적 잔액 기준) 수준이고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참여연대, 경실련, 민변, 금융노조 등과 함께 8월 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금융산업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임미현> 좀 더 와닿는 혜택은 없을까요?

◆ 홍영선> 대출금리 인하, 예금금리 인상 됐다는 건 좀 와닿으시겠죠?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일반은행에 비해 평균적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0.5%포인트 높고, 신용대출 금리는 0.14% 포인트 낮았습니다.

또 무료에 가까운 ATM수수료, 해외송금 수수료 무료도 장점이죠. 결국 다른 은행들도 수수료를 무료 또는 줄였습니다.

◇ 임미현> 아니 그럼 우리 살림살이 보탬 되는 건데, 반대하는 사람들 이유는 뭘까요?

◆ 홍영선> 인터넷전문은행 측은 중금리 대출 폭을 넓혔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2018년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1분기 기준으로 가계신용대출액의 96.1%25를 신용등급 1~3등급인 고신용자에게 내준 것으로 파악된건데요. 시중은행의 84.8%와 비교하면 10%포인트나 높은 수칩니다. 그러니까 중금리 대출 폭 넓힌다고 했는데, 결국 드러난 수치로 보면 시중은행들보다도 더 많이 고신용자들에게만 대출을 했다는 지적이죠.

또 대출금리와 수수료 인하, 예금금리 인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쪽이 있지만, 실제 이용자들은 '부결률'이 높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쏟아내고 있습니다.

◇ 임미현> 흠. 그래요. 그런데 인터넷전문은행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논란은 좀 무의미한 거 아닌가요? 진짜 이런 분들은 So what(쏘왓)? 그래서 뭐? 이럴 수 있어 보여요.

◆ 홍영선> 그렇죠. 나 인터넷뱅크 안쓰는데 나랑 뭔 상관이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뱅 쓰건 안쓰건 우리 국민이라면 이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젭니다. 왜냐면 은산분리 원칙 때문이죠. 은산분리를 하는 이유가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섭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이랬음 "은산분리를 완화할 경우, 인터넷은행에서 제2의 동양증권 사태가 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거냐"고.

◇ 임미현> 자 또 여기서 동양증권 사태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깐 동양증권 사태 설명 좀 해주시죠.

◆ 홍영선> 2013년 동양증권이 당시 동양그룹 경영진들과 공모해 자사의 부실회사채를 우량한 것처럼 속여 판매한 사건을 말합니다. 결국 4만여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고, 약 1조 3천억원의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했어요. 제대로 동양증권이 재벌의 사금고 역할을 한 것이죠.

결국 은산분리 완화 논란의 본질은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 그로 인한 국민 경제 파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찬성론자들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냐는 말로 방어하지만, 금융 부실은 나라 경제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그럼 결국 재벌 개혁 하겠다는 문 정부가 재벌이 더 커져나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아이러니 생기는 거죠.

아니나다를까 이 법안을 논의하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되기도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ICT기업만 대주주를 할 수 있는 건 특혜 아니냐고 대기업 전체가 대주주 해야한다고 선방을 날리니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협상력 부재를 그대로 노출하면서 "심정적으로 동의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 임미현> 그래서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 홍영선> 현재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대기업을 제외하고 ICT 비중이 높은 기업만이라도 대주주 지분을 높여주자며 일부 은산분리를 완화하자고 하고 있고요.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그게 바로 특혜라며 모든 산업자본에 열어줘야 한다, 완전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야 이견이 결국 좁혀지지 않아, 결국 8월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가 무산됐죠.

◇ 임미현> 9월 국회에서도 계속 논의될 사항이겠어요. 그때도 이런 관점으로 보면 이해가 빠르실 거 같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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