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게임업계 첫 노조 설립…"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포괄임금제 폐지 목표"…업계서 노조 설립 이어질지 주목

국내 1위 게임업체인 넥슨에 업계 최초의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넥슨지회(이하 넥슨 노조)는 3일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크런치모드를 워라밸모드로 바꿀 게임업계 제1호 노동조합을 세운다"고 밝혔다.


넥슨코리아 법인과 넥슨네트웍스, 네오플, 넥슨지티, 넥슨레드, 엔미디어플랫폼 등 넥슨 그룹의 자회사 및 계열사가 가입 대상이다.

넥슨 노조는 "국내 게임산업은 시장규모 12조원대로 급성장했지만 정작 게임을 설계하고 만드는 게임업계 노동자들의 처지는 매우 열악하다"며 "포괄임금제라는 명목으로 야근이 공짜가 됐고 빈번해진 크런치모드(게임 출시 직전 고강도 근무체제를 유지하는 것)로 장시간노동의 과로는 일상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넥슨 노조의 탄생은 게임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나갈 견인차가 될 것"이라며 "더 많은 게임산업 노동자들이 노조를 할 권리를 찾는 길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노조 가입 인원은 300명에 육박한다.

이번 노조 설립은 업계의 가혹한 노동환경 문제에 더해 주 52시간제 시행 이후 포괄임금제가 유지되면서 직원들 불만이 누적된 것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노조 설립에 나선 것도 회사 측과의 52시간제 협상에 근로자 대표로 참여했던 개발자들이다. 현재 펄어비스와 웹젠을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회사들은 포괄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당시 회사에 포괄임금제와 복지 관련 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노조 설립에 이르게 됐다"며 "제일 먼저 포괄임금제 폐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 노조는 지난 4월 노조를 설립한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민노총 화섬식품노조를 상급단체로 삼았다. 배 지회장은 "화섬식품노조가 젊은 노동자들과 일한 경험이 많고 특히 네이버 지회를 설립해 IT 노동자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며 "네이버 지회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게임업체에 노조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젊은 직원이 많고 이직이 잦은 것이 노조 조직의 걸림돌로 꼽혔다. IT업계 전체적으로도 대형 외국계 업체를 제외하고 국내 IT업체 중에 노조가 있는 곳은 네이버가 거의 유일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넥슨 노조 설립으로 다른 게임업체에서도 노조 설립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업계 첫 노조가 나왔다는 것에 다들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시차는 있겠지만 다른 게임업체들에도 노조가 생기고 노동환경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넥슨 측은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노동조합 설립과 활동에 대해 존중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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