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8] 노트북도 베젤 '사망선고'

전 세계 첨단기술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행사가 매년 1월 열리는 CES라면 이들 기술이 어떻게 우리 생활에 녹아들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행사가 하반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가전박람회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Berlin)이다.

지난달 31일 개막해 일주일간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디지털 오디오비디오(AV) 멀티미디어 박람회 IFA 2018에서는 노트북(Laptop)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미국 에센셜폰과 애플 아이폰X에서 보여준 스마트폰 베젤리스 혁신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며 대부분의 차세대 스마트폰에서는 대부분 표준으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호불호가 나뉘며 비판을 받기도 했던 노치 디자인은 안드로이드 9.0 파이에서도 지원하며 오포 파인드X, 화웨이 아너 매직2, 샤오미 미 믹스3 등 중저가 시장을 휩쓸고 있는 중국 제조사들의 차세대 제품에 대거 도입되는 등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아이폰과 흡사한 베젤리스 노치 디자인을 내놓는 풍경은 10인치대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노트북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이서, 에이수스, 레노버 델 등 IFA 2018에 신제품을 대거 출시한 노트북 제조사들은 TV와 스마트폰에 이어 미드레인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베젤리스 디스플레이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in1 울트라북 시장에서 이같은 바람이 거세다.

미국 IT매체 더버지는 "IFA 2018에 출시된 노트북들의 베젤이 사망했다"고 평가했다.

에이서 스위프트, 아수스의 새로운 젠북, 레노버 요가, 델 인스피런 라인업에 베젤을 극소화한 모델을 대거 출시했다. 특히 에이서의 15.6인 스위프트5는 디스플레이 면적이 87.6%, 스위프트7은 무려 92%에 달했다. 두께는 10㎜ 미만으로 현존 가장 얇은 노트북이다.

에이수스는 ErgoLift 경첩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젠북 라인업을 내놓으며 스크린이 최대 9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키보드 후미를 살짝 들어올려 타이핑 능력은 더 향상되고 노트북의 고질적인 디스플레이 하부 베젤은 극소로 줄였다.

델은 소비층이 넓은 미드레인지 모델인 인스피런 7000 라인업의 업그레이드를 잊지 않았다. 기존 디자인을 답습하고 있긴 하지만 베젤은 더 줄었다. 13인치와 15인치 모델에는 UHD 디스플레이를 옵션으로 선택 폭도 넓혔다. 플라스틱 대신 알루미늄을 도입하면서도 가격대는 더 낮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베젤이 줄어들면 미학적인 측면에서 더 나은 디자인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베젤이 줄어 한층 작고 가벼워진 노트북의 휴대성과 더 큰 화면으로 만족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노트북 혁신의 '궁극기(Ultimate skill)'라고 할 수 있다.

더버지는 "대부분의 엔트리 레벨(초기 입문자) 제품에서 놀라울만한 스크린 혁신을 만나기는 힘들지만, 가격대가 1500달러(약 166만원) 이상인 울트라북 시장에서의 이같은 현상은 환영할만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베젤리스 디스플레이 기술에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대부분 상단부와 양옆 베젤을 줄여나가는 동안 경첩이나 케이블 커넥터와 같은 화면 구성을 위한 부품 기술이 차지할 마땅한 위치가 없는게 문제다. 대부분의 노트북에서 하부 베젤이 여간해서 줄어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마트폰도 이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베젤리스 노치 디자인을 도입한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베젤은 줄였지만 여전히 눈에 거슬리는 수준의 검은 테두리가 남아 있다. 상단 베젤에 위치하던 카메라 역시 적당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델(XPS)은 카메라를 하단 베젤로 옮겼고, 화웨이(메이트북 프로X)는 키보드에 팝업 카메라를 달기도 했지만 답이 되지는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극복할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다면 노치 디자인은 영구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공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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