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가 일장기 위에 있어야 해" 김학범의 결승전 외침

금메달과 함께 귀국한 김학범 감독. (인천공항=박종민 기자)
"하나만 이야기했습니다. 일장기가 태극기 위에 올라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사상 첫 아시안게임 결승 한일전. 승부는 90분 내에 가려지지 않았다.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길게 말하지 않았다. "태극기가 일장기 위에 있어야 한다"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결실은 금메달로 맺어졌다. 한국은 연장 전반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황희찬(함부르크 SV)의 연속 골을 앞세워 일본을 2대1로 격파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연패였다.

김학범 감독은 3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한일전 연장을 앞두고는 특별한 이야기를 안했고, 하나만 이야기했다"면서 "일장기가 우리 태극기 위에 올라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태극기가 위에 있어야 한다. 나는 두 눈 뜨고 그것은 못본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발탁으로 시작된 인맥 축구 논란부터 숱한 비난을 이겨내고 딴 값진 금메달이다.

김학범 감독은 "우승하니까 좋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모든 축구 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비난은) 참 가슴이 아팠다. 불신이 팽배하다는 것이라 마음이 아팠다. 마음 속에는 오로지 정면 돌파로 해결하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다른 이야기 안하고, 성적을 내면서 선수들이 힘을 모으는데 일조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2차전 패배로 계획이 꼬였다. 2~3일에 한 번 경기를 치르는 살인 일정도 겹쳤다. 그 중에서도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던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이 가장 힘들었다.

김학범 감독은 "아무래도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우승을 결정지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승부였기에 그 때가 가장 힘들었다. 선수들 역시 가장 어려운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와일드카드의 역할이 컸다. 황의조는 9골을 터뜨리며 논란을 잠재웠고, 손흥민(토트넘 핫스퍼)는 주장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조현우(대구)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 만큼 와일드카드가 고생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세 명 모두 진짜 혼신의 힘을 다했다"면서 "본인들도 절박했겠지만, 혼신의 힘을 다하면서 후배들을 끌고 갈 때는 내가 봐도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와일드카드가 3명 몫 이상 한 것 같아서 고맙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은 끝났다. 이제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싸워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서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K리그로 이여저 축구 붐이 일어나고, 선수들도 이번을 계기고 팀에 가서 좋은 축구를 해 팬들이 운동장을 찾을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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