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1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남자축구 결승에서 연장 접전 끝에 2대1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불과 6개월 전 감독이 바뀐 데다 조별예선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대2로 패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던 탓에 금메달 획득의 확신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위기에서 ‘김학범호’의 중심을 잡은 것은 주장 손흥민이다.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U-23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이번 대회 내내 선수단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하며 값진 금메달을 가져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우즈베키스탄과 8강 경기 후 선수단을 따로 불러 모아 호되게 혼을 낸 일이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연장까지 치르고 나서야 4대3 승리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날 경기 후 김학범 감독은 승리한 선수들을 크게 혼냈다.
김학범 감독은 “선수들이 절실함이 필요하고 더 간절해야 했는데 눈과 표정에서 그게 없어졌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면서 “이기고 나서 선수들을 많이 혼냈다. 이런 절실함으로는 절대 우승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더 끌어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날 단순히 김학범 감독만 선수들을 혼낸 것은 아니었다. 김학범 감독이 나간 뒤 손흥민도 후배들을 불러 따끔하게 혼을 냈다. 단순히 혼을 내는 이상으로 후배들에게 화를 내며 분위기를 다잡았다는 후문이다.
이는 2011년 아시안컵 당시 주장이었던 박지성을 닮았다. 당시 대표팀 은퇴를 앞뒀던 박지성은 라커룸에서 물병을 던지며 목소리를 높이는 등 전에 없던 과격한 모습으로 선수단의 의지를 끌어올렸다.
당시 대표팀의 막내급이었던 기성용(뉴캐슬)과 손흥민 등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기둥’이었던 박지성의 이런 모습이 강하게 뇌리에 남았다. 이후 기성용이 2018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라커룸 미팅을 통해 강하게 선수들의 정신 무장을 이끌었던 것처럼 손흥민도 아시안게임 금메달 과정에서 어린 후배들을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선수 인생의 막바지에 대표팀에서 조기 은퇴한 박지성처럼 현재 대표팀 주장인 기성용 역시 잦은 부상 등의 이유로 대표팀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손흥민이 차기 대표팀 주장으로 급부상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을 치르며 주장의 자격을 확실하게 선보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임과 함께 한국 축구는 큰 변화를 시작한다. 지금껏 출전한 국제대회마다 눈물로 끝을 맺었던 손흥민은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더는 '울보' 손흥민은 없다. 손흥민이 이끄는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