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은 숙명' 양현종, 거룩한 韓 에이스의 계보

'에이스의 숙명' 양현종이 1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 일본과 결승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뿌리고 있다.(자카르타=KBO)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3회 연속 우승을 이뤄낸 한국 야구 대표팀. 1일 일본과 대회 결승에서 3 대 0 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표팀이었지만 목표였던 우승을 일궈냈다. 만약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면 엄청난 비난에 직면해야 했지만 그래도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 물론 향후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과 성격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았다.


어쨌든 지난달 18일 소집된 대표팀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2일 대회 폐막식을 보게 됐다. 묵직한 금메달이라는 포상도 안고 3일 귀국할 예정이다.

일단 이번 우승의 최대 수혜자로는 넥센이 꼽힌다. 유격수 김하성(23)과 우완 최원태(21), 외야수 이정후(20)까지 3명의 미필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향후 5년 혹은 10년 정도 팀을 이끌어갈 투타의 구심점이 커리어가 끊기는 일이 없이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더욱이 이들은 이른바 '병역 논란'에서 자유로웠던 선수들이다.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로서 장염에도 일본과 슈퍼라운드 선제 결승포를 때려내며 활약했다.

지난 6월 대표팀 명단 발표 때 빠져 논란이 됐던 최원태와 이정후는 교체 명단 포함 때 팬들의 축하를 받을 만큼 성적이 좋았다. 이정후는 붙박이 톱타자로 자리매김했고, 최원태는 일본과 슈퍼라운드 때 팔꿈치 통증에도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두산과 삼성도 방긋 미소가 나온다. 두산은 팀의 필승조 함덕주(24)와 박치국(20), 삼성도 주전 외야수 박해민(28)과 필승조 최충연(21)이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이외에 LG 오지환(28), NC 박민우(25)도 마찬가지다.

'우여곡절 끝의 우승' 한국 야구 대표팀이 1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일본과 결승에서 승리하며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뒤 정운찬 총재(가운데 정장 차림) 등 KBO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자카르타=KBO)
다만 어쩔 수 없이 선의의 피해(?)를 입게 된 구단도 있다. 금메달은 축하할 일이나 4일 부터 재개될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 리그에서 다소 부담을 안게 된 상황이다.

KIA가 그렇다. KIA는 좌완 양현종(30)이 이번 대회 대한민국 에이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양현종은 대만과 조별리그 1차전 6이닝 2실점, 일본과 결승전 6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다만 양현종은 당분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결승전에서 89개의 공을 던진 양현종은 4일 휴식을 취한 뒤 오는 6일 넥센과 홈 경기에나 선발 등판할 전망이다. 당장 4일부터 에이스들을 투입할 수 있는 다른 구단과 KIA의 입장이 다른 상황인 셈이다.

KIA는 현재 8위로 가을야구를 위해 1승이 아쉬운 처지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전 2연패를 당하며 7위 롯데와 1경기, 5위 LG와 2.5경기 차다. KIA로서는 한번이라도 양현종이 더 등판하는 게 낫지만 아시안게임 일정으로 등판 일정이 조금 미뤄지게 됐다.

양현종은 이번 대표팀 중 최다인 12이닝을 소화했다. 에이스의 숙명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예전 류현진(LA 다저스), 봉중근(LG), 김광현(SK) 등 대표팀 좌완 에이스의 계보를 거룩하게 이었다.

그럼에도 양현종은 경기 후 활짝 웃지는 못했다. 워낙 대표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양현종은 "과정에 결과까지 안 좋았다면 여론이 더 나빴을 것이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보여드린 것 같다"면서 "올림픽에서 세계 선수들과 승부를 겨뤄보고 싶다"며 의젓한 에이스의 면모를 보였다.

에이스의 숙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차고 넘치게 그 역할을 수행한 양현종. 대만전 패배의 괴로움을 딛고 우승을 일궈내 더 값진 역투였다. KIA는 어쩌면 조금 손해를 봤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에이스를 보유한 팬들은 자부심을 더욱 가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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