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했던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태도가 더 큰 논란이었다.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1대2로 패한 뒤 곧바로 벤치로 들어가 논란이 됐다. 경기 후 하프라인에서 상대와 인사를 나누는 것이 흔히 말하는 매너다.
하지만 황희찬은 패배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팬들은 황희찬에게 비난의 화살을 쐈다. 약체 말레이시아에 당한 충격패도 속상한데 매너에서도 졌다는 목소리였다. 황희찬은 SNS를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입을 닫았다.
키르키즈스탄과 조별리그 3차전. 이번에는 황희찬의 사포(레인보우 플릭) 논란이 발생했다. 측면에서 사포를 시도하려다 실패한 것. 물론 경기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기술이지만, 약체 키르키즈스탄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는 비난이 따라왔다.
무엇보다 황희찬의 경기력 자체가 올라오지 않았다.
여기에 우즈베키스탄전 골 세리머니가 기름을 부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차겠다고 말한 것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성공도 시켰다. 하지만 골을 넣은 뒤 손가락 하나를 입으로 가져갔다. 마치 사람들을 향해 "조용히 해"라는 제스처처럼 보였다.
이어 유니폼 상의를 벗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등이 했던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력이 부진했기에 팬들은 더 날카로운 비난을 퍼부었다.
베트남과 4강전이 끝난 뒤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김학범 감독은 1일 열린 일본과 결승전에서 황희찬을 선발로 냈다. 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가 아닌 황희찬 카드. 정면 승부였다.
황희찬은 의욕이 앞섰다.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면서 부지런히 뛰었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부족했다. 감정도 숨기지 못했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의미 없는 행동으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1대0으로 앞선 연장 전반 11분 손흥민의 프리킥이 올라오자 황희찬이 있는 힘껏 점프했다. 177cm 크지 않은 키지만, 일본 수비수들보다 더 높은 타점에서 공을 머리에 맞혔다. 황희찬의 머리를 떠난 공은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경기 내내 흥분했던 황희찬이 드디어 차분해졌다. 광고판을 훌쩍 뛰어넘은 뒤 트랙 위롤 조용히 달렸다. 2010년 사이타마에서 박지성이 했던 '산책 세리머니'의 재현이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사이 황희찬은 독일 분데스리가 2부 함부르크로 1년 임대됐다.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이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팀이다. 논란의 아시안게임은 끝났다. 황희찬도 마무리가 좋았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 황희찬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