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힘 다한 女농구 단일팀, 銀보다 값진 투혼 빛났다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 (사진=노컷뉴스 이한형 기자)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 같다.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이 한달간의 여정을 금빛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만리장성을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정말 잘 싸웠다.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이스토라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65대71로 패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중국은 시작하자마자 연속 10점을 넣었다. '코리아'는 외곽을 강하게 압박하는 중국의 수비와 골밑 높이에 고전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때 임영희가 속공 득점을 연거푸 터뜨리며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박지수는 중국의 빅맨들을 오히려 힘으로 압도하면서 특히 수비에서 크게 공헌했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데뷔 시즌을 마치자마자 아시안게임 단일팀에 합류한 박지수는 대만과의 4강전 첫 출전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는 주전 센터로 이름을 올렸다.

박지수의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200cm가 넘는 센터가 2명이나 있는 중국을 상대로 높이 싸움에서 지지 않았다. 미국에 다녀온 뒤 파워와 골밑 자신감이 크게 나아진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박스아웃과 백코트를 하면서도 상대가 자리를 쉽게 잡지 못하게 계속 몸싸움을 걸어주는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박지수는 1쿼터가 끝나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잠시 쉬고 2쿼터에 다시 나왔을 때 이전과 변함없는 활동량을 보였다.

단일팀에게는 로숙영의 파울트러블이라는 큰 변수가 있었다. 로숙영은 2쿼터 중반 4번째 반칙을 범해 어쩔 수 없이 벤치로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중국과 잘 맞섰다.

코리아는 중국과 38대38 균형을 이룬 가운데 전반전을 마쳤다.

단일팀은 3쿼터 시작과 함께 임영희의 중거리슛으로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중국의 높이에 밀려 47대54로 끌려갔다. 이후 중국이 달아나면 코리아가 따라가는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3쿼터 종료 1분19초 전에는 로숙영이 애매한 공격자 반칙 선언 때문에 5반칙 퇴장을 당하는 악재마저 생겼다.

코리아는 끝까지 중국과 치열하게 맞섰다. 4쿼터 중반까지 1점차로 추격하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제한된 선수 기용폭에서 체력의 한계를 넘기는 어려웠다.

박지수는 이날 15점 13리바운드 5블록슛을 올렸다. 야투성공률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박지수를 비난할 수 없는 경기였다. 자신은 뒷받침해줄 백업이 없는 상황에서 수비와 리바운드, 공수 전환까지 온갖 궂은 일을 다해줬기 때문이다.

단일팀이 크게 기대한 박지수와 로숙영의 조합이 예상못한 파울트러블로 인해 중국전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임영희가 팀내 가장 많은 24점을 올렸고 나머지 선수들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목표였던 우승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남과 북이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아시아 전역에 알린 여자농구 단일팀의 여정은 메달의 색깔로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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