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학원 시간 '밤 12시' 연장 추진…교육계 반발

고교생 대상 현행 오후 10시→11시50분 연장, 왜?
5년 전 폐기된 수업시간 연장 조례개정 재추진
교육계, 학생인권·건강권 등 침해 "시대착오적"

경기도 수원의 학원 밀집가에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노란색 버스들이 도로 양옆으로 대기하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고등학생들의 학원 수업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최근 추진하자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와 수업평가 혁신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이미 수 년 전 폐기된 학원 수업시간 연장과 관련한 조례발의를 경기도의회 민주당이 재추진하면서 정부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불법과외 음성화 차단 취지… 5년 전 추진 '불발'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자료사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추민규(하남2) 의원은 2일 현재 오후 10시로 제한돼 있는 경기지역 고교생의 학원 수업시간을 오후 11시50분까지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경기도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대표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의원 142명 중 135명이 추 의원과 같은 민주당 소속인 만큼 일각에선 조례안 통과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본회의에 상정돼 참석 의원 과반이 찬성할 경우 조례안이 통과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는 상황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조례가 정식 발의되진 않았지만 추 의원은 지난달 28일 동료의원 45명의 동의 서명을 확보한 상태로, 분과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고교생 학원 수업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추진된 방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후 11시까지 수업시간을 늘리는 내용의 관련 조례 개정은 2013년에도 시도됐지만, 경기도교육청과 시민단체들의 반대에 막혀 2014년 6월 제8대 경기도의회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현재의 획일화된 학습시간 규제로 고교생의 학습 시간이 제한되고 있는 점을 제시했다.

그는 "주위에서 (학생들) 건강을 얘기 하는데 그것이 언제 적 건강인지 잘 모르겠고, 학생들에게 (학습에 대한) 자유를 주자는 의미로 개정하려는 것"이라며 "바우처라는 지역상품권으로 학원수업을 받도록 해 상권을 살리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 발의 시기는 미정이나 추 의원은 발의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추 의원은 "불법과외의 음성화를 차단하는 방안이 될 수 있어 진취적으로 생각했다"며 "반발이 예상되지만 누군가 겁을 준다고 해 폐기할 마음은 없고, 의원으로서 소신을 갖고 준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 "학생인권 등 침해" 거센 반발… 교육부 "조례 통과 어려울 것"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전국 17개 시·도 중 고교생의 학원 수업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하고 있는 곳은 서울, 경기, 대구, 광주, 세종 등 5곳이며, 나머지 12곳은 오후 11시에서 자정 사이로 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과 함께 가장 많은 학원가가 밀집한 경기지역의 학원 수업시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교육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당국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며 경기도의회가 추진하는 관련 조례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원 수업시간이 자정 무렵까지 연장될 경우 학생들의 과도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는데다 사교육비 지출까지 늘어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 수업시간 연장은) 학생들 교육적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계속 제한해왔던 부분"이라며 "발의한다고 해서 통과되기 쉽진 않을 것이다. 과도한 사교육비, 인권문제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마당에 아무도 동참 안할 것 같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현행 오후 10시까지의 수업시간이 유지될 수 있도록 공식 입장을 조만간 정리해 경기도의회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 수업시간 연장은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기치로 내세운 '혁신교육'과 실행정책 중 하나인 '꿈의 대학' 등의 목적과 상반된다는 것으로, 경기교육청은 늦은 시각 학생들이 유해환경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했다.

'꿈의 대학'은 학교 자율에 따라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한 경기지역 고교의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듣는 것을 말하는데, 굳이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서도 적성에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오로지 대학 진학만을 위해 학원 수업시간을 연장하는 방식과는 배치된다는 것이 경기교육청의 설명이다.

시민단체 역시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구본창 정책국장은 "추 의원이 학원강사 출신인 걸로 알고 있는데, 자신이 속해 있던 이익집단을 대변하기 위해 의회 활동을 하는 건 아니지 않냐"며 "학생인권측면에서 봤을 때도 최소한의 안전망을 제거하는 행위이면서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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