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통화정책 스탠스 바뀐 것 없다"

성장, 물가전망 유지....10월, 11월 금리인상할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금통위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과의)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어렵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1.50%수준에서 동결한 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5bp (1bp=0.01%p)하락해 연중 금리인상 신호가 꺼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 총재는 "현재 판단으로선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에선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이 제도적 정책적 요인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목표수준에 근접해갈 것이라는 전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통화정책은 경기와 물가도 짚어보지만 금융안정상황에 좀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용부진 등 경기지표 악화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이 달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인상 깜빡이는 여전히 켜놓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금통위에선 이일형 금통위원이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해 올해안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높였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10월이냐 11월이냐에 대해선 답할 수 없다면서도 "기존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금융안정 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의 총량수준이 이미 높은 수준에 와 있고 증가율이 여전히 소득증가율을 웃돌고 있어 금융불균형 정도가 계속 쌓여가고 있다"며 "통화정책에서도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성 더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이미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이 총재는 "작년 11월 금리를 올리고 완화정도를 줄여나가겠다고 지속적으로 언급했지만 이후 대내외, 특히 대외 불확실성이 급속도로 커졌다"며 "연초부터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4월 신흥국 금융불안, 6월 미중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상황까지 모두 고려해서 그야말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경기와 물가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그는 경기전망에 대해 "7월 전망 때에 비해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는 이어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물가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의 정부정책 영향이 컸다"며 "하지만 환율상승 효과와 기저효과 등을 감안할 때 4분기에는 1%대 후반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고용은 "7월 취업자수 증가 폭이 5천명에 그치면서 상당히 부진했다"며 "작년대비 연간 취업자수 증가폭은 7월 전망치인 18만명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용악화의 원인에 대해선 "올해도 GM 군산공장 폐쇄와 협력업체 구조조정등 대규모 산업별 구조조정이 있었고 이전보다 자동화속도가 빨라진 것도 사실"이라며 "최저임금도 비용요인을 통해 고용조정 요인을 높인게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줬는지는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조선 자동차 업황부진 ,서비스업종에서의 여행객 급감 등이 크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라며 "최저임금이 워낙 이슈화돼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영향이 얼마라고 딱 집어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의 아파트가격 급등 요인에 대해선 "수급불균형도 있고 일부 지역의 개발계획에 따른 가격상승 기대감, 시중의 대체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걸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용부진이나 집값 상승을 금리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경기적 요인보다는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어서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성장과 물가로 대표되는 총수요를 안정시키는 수단이기 때문에 총공급측면 또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통화정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고 한 벤 버냉키 전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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