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보도일자를 기준으로 6월 30일부터 8월 21일까지 54일 동안 평안북도와 양강도, 함경북도, 강원도, 평양시, 황해남도, 평안남도, 원산시를 거쳐 다시 평안남도, 함경북도, 양강도, 평안북도 등 7개 지역 총 30개 단위에 대한 현지지도가 이뤄졌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는 당·정·군 산하 공장과 기업소, 상업시설, 건설장 등을 직접 방문해 지도하는 활동으로, 모범 창출을 통해 생산동력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대내외에 전달하기 위한 차원에서 행해지는 고도의 통치수단이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의 홍민 연구위원이 29일 제시한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행보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적인 공개활동 횟수는 줄였지만 현지지도의 비중은 높이고 있는 추세다.
집권 이후 7년간 공개활동 횟수는 2013년 211회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20~30회씩 감소해 2017년에는 97회로 5년 사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현지지도 비중은 집권 초기 14%에서 점차 증가해 30~40% 정도까지 늘어났고 올해의 경우 8월 21일 현재 52%로 벌써 절반을 넘었다.
특이할 만 한 점은 군부대 시찰이 대폭 감소했다는 것이다.
집권 직후인 2012년에는 군부대 시찰이 25회로 현지지도 보다 많았으나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올 들어서는 단 한차례에 그쳤고, 그마저도 직접적인 군사활동이 아니라 군부대가 하고 있는 콩 농사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와함께 공연·경기 관람이나 단순 시찰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
홍민 연구위원은 "집권 초기에는 권력 장악 과정에서 군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군부대 시찰에 비중을 두고, 동시에 공연·경기 관람, 단순 시찰 등을 통해 지도자를 알리는 주민 접촉에 치중했다"며 "그러나 2015년부터는 경제 및 건설 현장 현지지도와 당·정·군 회의 진행, 직접 연설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남한, 중국, 미국과의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활동을 마친 6월말부터 시작된 김정은 위원장의 강행군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우선 이번 연쇄적 현지지도의 특징부터 살펴보면 먼저 당 조직지도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내각을 혹독하게 비판하면서 당이 전면에 나서 경제를 직접 챙길 것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지난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했고, 지난 4월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는 '경제건설'로 전략적 노선을 변경했음에도 기대만큼 정책변화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당이 나서서 경제 성과를 올리라는 주문이다.
9월 9일 정권수립 70주년을 앞두고 내세울만한 성과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대북 제재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에 대한 조바심도 드러냈다.
지난 17일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현지지도부터 "적대세력의 강도적인 제재봉쇄와 압살책동"이라는 표현을 다시 사용했고, 제재 장기화를 염두에 둔 듯 완공 목표와 기간을 2019년 10월로 현실화했다.
홍 연구위원은 "제재 국면에서 당이 경제 해결사로서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제재 국면 장기화에 대한 조바심과 노선 전환에 따른 성과 압박, 내각의 무능력을 제고할 수단의 빈약함 등 김정은 위원장의 근심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금속, 화학, 기계 등 중화학 공업 단위는 한 번도 찾지 않고 경공업과 관광, 도시개발 사업장에 특별한 애착을 보이는 것도 특징적이다.
김 위원장은 삼지연군 건설 현장에는 집권 이후 5차례나 방문했고,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에도 여러 차례 다녀갔다.
홍 연구위원은 "거대 장치 산업에 대한 투자 여력이나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비핵화-평화체제 과정과 연동한 북한의 경제발전전략은 대체로 대외 개방이나 경협과 연관성이 높은 경공업, 관광, 도시건설, 인민생활, 산림, 북중경협 등을 통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