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결승 상대, 日 아닌 대만이 돼야 하는 이유

26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한 대만 대표팀이 환호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결승행을 사실상 예약한 한국 야구 대표팀. 최대 고비였던 30일 슈퍼라운드 일본과 1차전을 승리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물론 31일 중국과 슈퍼라운드 2차전이 남아 있기는 하다. 여기서 이겨야 결승행을 확정한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과 A조 조별리그에서 2 대 17 콜드게임패를 당한 바 있다. 전력상 한국의 상대는 아니다.

이제 대표팀은 9월1일 결승전을 바라본다. 상대는 일본이나 대만이다. 31일 두 팀의 슈퍼라운드 맞대결 결과에 따라 결승 대진이 결정된다. 일단 대만이 일본을 이기면 슈퍼라운드 성적 3승, 1위로 결승행을 확정짓는다.


하지만 일본이 이기면 살짝 복잡해진다. 두 팀의 슈퍼라운드 성적이 2승1패로 같아지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팀 성적지표(TQB, Team Quality Balance)를 따져봐야 한다.

한국으로서는 일견 일본이 결승에 오르는 게 좋다. 30일 맞대결에서 5 대 1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전원 사회인(실업) 선수로 구성된 일본은 김하성, 박병호(이상 넥센), 황재균(kt) 등 KBO 리그 거포들에 홈런을 내주며 힘의 차이를 확인했다. 한국 대표팀은 일본에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30일 오후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야구 슈퍼라운드 한국-일본의 경기 4회초 2사 황재균이 좌익수 뒤 솔로포를 터뜨리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이한형기자
반면 대만은 B조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2 대 1로 눌렀다. 전적으로만 보면 일본보다 까다로운 상대다. 당시 한국은 실업 선수인 우완 선발 우셩펑에게 5이닝 동안 1점으로 묶인 가운데 쓰라린 패배를 안았다.

하지만 결승 상대는 일본보다 대만이 돼야 한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이 결승에 올라오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대만에 당한 패배를 설욕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사라진다. 금메달을 따내도 자존심에 커다란 생채기를 남긴 채 대회를 마쳐야 한다.

사실 지난 26일 대만전은 져서는 안 될 경기였다. 대만 역시 실업 선수들이 주축이 됐기 때문이다. 24명 중 17명이나 됐다. 전원 KBO 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으로서는 대만전 패배가 치욕이나 다름 없었다.

가뜩이나 선수 선발 논란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대표팀은 대만전 패배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여기서 꼬인 대표팀은 최약체로 꼽히는 홍콩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콜드게임승을 거두지 못해 비난은 더 커졌다.

'또 이러면 안 된다' 26일(현지시간)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조별리그 B조 1차전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2:1로 패한 대표팀이 아쉬워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비록 일본을 누르긴 했지만 아직 부족하다. 특히 쓰라린 패배를 안긴 대만에 직접 설욕을 해야 그나마 한국 야구는 자존심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금메달을 따더라도 일본이 아닌 대만을 상대로 거둬야 하는 이유다.

선수단도 대만이 결승에 오르길 바라고 있다. 일본전 뒤 김하성은 대만과 리턴매치 가능성에 대해 "분명히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처음에 당한 것처럼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앙다물었다. 박병호도 "지난 경기에서 우리는 후회했고 반성했다"면서 "더 이상 후회와 반성이 나오는 경기가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야구의 참사로 꼽히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은 대만에 덜미를 잡혔다. 당시는 풀리그로 순위를 가려 설욕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아시안게임은 복수할 수 있는 리매치의 가능성은 있다.

일단 31일 대만이 일본을 이기면 된다. 져도 2점 차 이내로 지면 된다. 이들의 경기는 한국-중국의 대결이 끝난 뒤 열린다. 과연 상처 입은 한국 야구가 통쾌한 설욕과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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