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피해자 "우리도 KTX처럼 대법원 쳐들어갈 것"

2013년, 긴급조치 위헌판결로 무죄 됐지만..
헌재 "위헌 알고도 판결한 것은 취소 불가"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명백한 불법인데...
항고이유서 안보고 기각할 때부터 의심돼
헌법 위반 등 특수경우엔 4심도 가능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이대현(긴급조치 피해자 모임), 이영기(변호사)

이미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해도 다시 취소될 수 있을까요? 어제 헌법재판소는요. 이미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이 질문에 대해서 안 된다, 전원 일치로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대법원 판결 그 자체를 놓고 위헌인지 아닌지를 헌재가 가릴 수 없다는 겁니다. 사실상 대법원 판결을 넘어서는 4심이 인정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거였기 때문에 어제 굉장히 주목받는 판결이었는데 결국 4심은 없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이 헌법 소원을 낸 당사자들은 바로 유신 시절에 긴급 조치 위반으로 체포됐다가 훗날 무죄를 인정받은 그 피해자들이었습니다. 굉장히 할 말이 많다고 하는데요. 이 피해자들의 얘기 먼저 좀 귀 기울여 보죠. 이대현 씨 연결돼 있습니다. 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 이대현>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제 헌법재판소에는 다녀오셨어요, 직접?

◆ 이대현> 네, 다녀왔습니다.

◇ 김현정> 일단 이대현 선생님은 긴급조치 때 어떤 죄명으로 어떤 징역을 사신 거예요?

◆ 이대현> 유신 말기죠. 긴급 조치 9호 위반으로 징역 2년 6개월 선고받고 1년 살다가 형 집행정지, 그러니까 8.15 특별사면으로 나왔습니다.

◇ 김현정> 고문도 당하고 고초를 많이 당하셨다고 들었어요.

◆ 이대현> 아니, 구타, 깍지 끼기, 물 먹이기 이런 모든 걸 다 당했죠.

◇ 김현정> 당할 수 있는 건 다 당하셨어요.

◆ 이대현> 네.

◇ 김현정> 이런 일들을 겪은 긴급 조치 피해자들이 2013년 3월에 '긴급 조치는 위헌이다.'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그래서 무죄는 되신 거죠? 당시의 그 긴급 조치 때문에 받았던 죄명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으신 거죠?

◆ 이대현> 그렇습니다. 37년 만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그 긴급 조치 위헌 결정을 바탕으로 국가 손해 배상 소송을 냈는데 대법원이 거기에 대해서는 '긴급 조치는 위헌 맞지만 국가가 손해 배상할 책임은 없다.' 이런 판결을 내린 거예요. 그때 대법원의 자세한 설명은 뭐였어요?

◆ 이대현> 이유는 '긴급 조치 발동 행위는 대통령의 고도 통치 행위다.'

◇ 김현정> 고도 정치 행위, 통치 행위.

◇ 김현정> 그리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논리도 있었고요. 당시 공무원, 긴급 조치를 적용한 수사라든가 재판한 공무원들의 불법에 고의가 없다는 거.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볼 수가 있겠습니다.

◇ 김현정> 그래서 '긴급 조치라는 것은 위헌이 분명하고 나쁜 거 맞지만 그걸 행한 것은 정치적인 행위기 때문에 국가가 배상까지 할 이유는 없다.' 이거였던 거예요.

◆ 이대현> 그렇습니다. 그런 논리였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걸 받아들일 수 없다. 이 판결, 3심 판결을 무효로 해 달라, 취소해 달라는 헌법 소원을 내셨던 거예요, 이번에.

◆ 이대현>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좀 어려워요. 판결 자체를 무효로 해 달라는 헌법 소원. 어떻게 낼 생각을 하셨어요?

헌법재판소 (사진=황진환 기자, 자료사진)
◆ 이대현> 그거는 독일 같은 경우는요. 독일, 우리나라 같은 헌법재판소 제도가 있는 독일의 경우는 아예 법적으로 재판에 대한 헌법 소원이 가능하거든요. 재판의 취소를 구하는. 기본적으로 불법 행위에는 손해 배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우리 민사법의 대원칙입니다. 국가가 그 야만적인 인권 침해 불법 행위를 해 놓고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위헌 무효라고까지 선언해 놓고 나서 형사 보상까지 해 주고 민사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은 그건 지구상 어디를 가도 인정받을 수 없는 그런 논리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A라는 법을 바탕으로 해서 B라는 판결이 났어요. 나중에 보니까 A라는 판결이 위헌이다. 이러면 이 경우는 재심할 수 있다 해가지고 지난번에 무죄를 받으신 거죠, 재심을 통해서.

◆ 이대현> 그렇죠.

◇ 김현정> 그런데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A라는 법이 위헌이라는 게 이미 나온 뒤에 그걸 알면서도 B라는 판결이 났다면 그 경우는 뒤집을 수가 없다, 재심이 불가능하다, 알면서도 그렇게 낸 경우는. 그런데 바로 이 긴급 조치 피해자들이 손해 배상해 주세요라고 낸 이 판결은 2015년, 16년에 난 이미 A라는 법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판사가 내린 결론이기 때문에 이 결론은 뒤집을 수 없다.'는 거거든요.

◆ 이대현>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은 2013년 3월 21일자로 했지만 그 이후 재판이기 때문에 그 이후의 재판이기 때문에 형식 논리적으로 보면 헌재의 그동안 판단에 이게 맞아떨어지는 그런 경우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도 약간 판결 이전에 그런 우려는 했었어요. 너무 형식 논리적으로 이걸 접근하게 되면 우리의 청구를 기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법이라는 것은 형식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늘 실질적인 관계, 권리 관계나 이런 걸 들여다봐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거를 판단한다면 충분히 위헌 선언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기대를 했었고 그런 확신을 가지고 청구를 했던 것이었는데.

◇ 김현정> 실질적인 것을 고려해야 된다, 현실적인 걸 고려해야 된다,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된다라고 하면 어떤 걸 이번에는 보셨던 거예요?

◆ 이대현> 사건의 흐름 그리고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 농단, 재판 거래 이런 것이 증거로까지 드러난, 불법 증거가 드러난 것이거든요.

◇ 김현정> 잠깐만요. 그 말씀은 이번 이 긴급 조치로 인해서 피해본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국가가 손해 배상해 줄 의무는 없다라는 그 판결, 그 대법원 판결이 양승태 재판 거래 문건에 들어 있는 그 지점을 지금 말씀하시는 거죠.

◆ 이대현>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물론 의혹으로 수사 중인 사건이기는 합니다마는.

◆ 이대현> 아니, 증거가 나왔어요. 그 부분은 확정이 된 부분입니다. 2015년 7월 31일자 5개의 소위 국정 협조 사례라고 대통령한테 양승태 대법원장이 청와대 들어가서 보고한. 그리고 대통령한테 국가 돈 1조를 아끼게 해 줘서 수고하셨다, 고맙다라고 칭찬까지 받은 그 지점입니다, 바로.

◇ 김현정> 이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일반적으로 판사가 3심 내렸으면 무조건 받아들여야지 그게 법치주의 아니냐고 주장하기에는 상당히 다른 케이스다 이 말씀이신 거군요.

◆ 이대현> 맞습니다. 그래서 3심제인 국가에서 대법원이 확정 판결했으면 그걸로 끝난 거 아니냐는 식의 이런 주장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죠. 특히 법조인, 판단을 한 법조계에서는 더더욱 그런 얘기를 하겠지만 사실 법이라는 게 형식적 법치주의가 아니고 실질적 법치주의를 우리가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인데 헌법재판소라는 곳은 기본권 보장 기관이고 헌법 수호 기관입니다. 그런데 국민의 기본권을 전향적으로 신장시켜주는 쪽으로 모든 해석이 이루어지고 사안의 판단이 이루어져야 되는데 이번의 경우는 국민의 기본권을 마지막 보장받자고 이렇게 아우성치면서 넣었던 헌법 소원이 기각됐다는 데 헌재까지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저는 이렇게 보는 겁니다.

◇ 김현정> '긴급 조치에 의한 손해 배상은 국가가 손해 배상할 의무는 없다'라는 그 판결 나온 그 즈음 2015년, 16년에 이 재판이 청와대하고 재판 거래의 사안일 거라고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의심하셨어요? 낌새를 느끼셨어요?

◆ 이대현> 네, 낌새를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2014년부터 2015년 사이에 사법농단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는데 그 당시에 저희가 1심, 2심 계류 중이었어요, 통상. 소위 말하는 우리 과거사 긴급 조치 사건들이 심리 불속행 기각이라는 이름으로 무더기 기각이 됐거든요, 무더기로.

◇ 김현정> 아예 기각이 됐어요?

◆ 이대현> 그러니까 무더기 패소를 했죠. 저희가 기각이 된 거니까 패소를 한 것인데 그 당시에 심리 불속행 제도라는 게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고등법원에서 대법원 항소가 이루어지고 나면 항소 이유서 같은 걸 대법관들이 사건이 많다는 이유로 꼼꼼히 심리를 해서 읽어보는 데가 있고 읽어보지도 않고 무더기로 그냥 무조건 기각하는 곳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심리도 하지 않고 기각을 한 겁니다, 읽어보지도 않고. 항고 이유서조차 읽어보지 않고 기각을 했다.

◇ 김현정> 그때부터 '이상하다. 어떻게 읽어보지도 않고 기각을 하지?'라는 생각을 하셨단 말씀이에요.

◆ 이대현> 그렇습니다. 저 사람들 읽어보지도 않고 무더기로 그냥 기각하는 거다. 제가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에 드러난 증거를 보니까 최근에 터져나온 거 보니까 완전히 이건 뭐 저희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그런 재판입니다. 저희가 대법원을 조만간 정말 KTX 여승무원들처럼 쳐들어갈 겁니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헌재 판결 존중을 해야 되는 건 맞습니다마는 이런 특수한 경우에 피끓는 피해자들의 심정은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숙제를 남긴 판결 같아요. 오늘 고맙습니다.

◆ 이대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긴급 조치 피해자 가운데 한 분이세요. 이대현 씨를 먼저 만나봤습니다. 이 판결이 갖는 의미는 뭔지 그리고 어제 이 판결 말고도 2개의 판결, 주목할 만한 2개의 판결이 더 있었거든요. 그 이야기까지 같이 들어보죠. 민변 긴급 조치 변호인단의 이영기 변호사 연결합니다. 변호사님, 나와 계세요?

◆ 이영기>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제 과거사와 관련돼서 총 세 가지 헌법 소원이 제기됐던 거죠?

◆ 이영기> 네.


◇ 김현정> 앞에서 설명한 그건 인정이 안 됐지만 다른 2건은 인정이 됐다던데 그건 뭡니까?

◆ 이영기> 일단은 민주화 보상법이라고 해서요. 민주화 보상 심의위원회에서 보상금 등을 지급 결정해서 거기에 동의해서 이 보상금 등을 지급받은 경우에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 전부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고 전부 기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이 헌재 결정은 이 부분에 대해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별도로 청구가 가능하다.

◇ 김현정> 보상금 받은 사람이라도.

◆ 이영기> 그렇습니다.

◇ 김현정> 또 하나는 국가 배상 청구권에는 일반적인 소멸 시효를 적용하지 말아달라. 이런 거였죠?

◆ 이영기> 그렇습니다. 이게 사실은 굉장히 특이한 건데요. 6개월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 이런 판결을 내려가지고 줄줄이 기각을 한 바가 있었습니다.

◇ 김현정> 6개월 지난 사람들은 국가 상대로 한 손해 배상 소송 못 걸게끔.

◆ 이영기> 그런데 원래 민법에는 불법 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국가 배상을 청구하면 된다고 되어 있거든요.

◇ 김현정> 오히려 일반적인 민법에는 3년이에요?

◆ 이영기> 그렇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번 헌재의 결정은 과거사 사건에서는 이런 국가 배상 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완화해서 적용을 해야된다라는 것을 확인해서 안 날로부터, 불법 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하면 된다라는 것을 확인한 그런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이렇게 두 가지는 어제 인정이 됐습니다, 위헌으로. 그런데 긴급 조치와 관련된 부분. 그러니까 긴급 조치 자체가 위헌이라고 결정이 난 걸 바탕으로 해서 대법원이 판결을 내렸는데 '국가가 배상할 필요는 없다라는 판결을 2016년에 내렸다. 이 판결 취소해 주십시오. 이 판결 자체가 위헌입니다.'라는 것에 대해서는 어제 헌법재판소가 '인정 못 한다.' 해 버렸습니다, 각하해 버렸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님, 사실 헌법재판소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이거까지 인정을 해버리고 나면 대법원 3심 위에 하나를 더 두면 일종의 4심제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판결 아니었느냐, 이런 얘기도 많이 나오거든요.

◆ 이영기>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대법원이나 헌재에서도 '특수한 경우. 그러니까 이 위헌임을 명백히 알면서 어떤 입법 행위가 이루어진 이런 경우에 이런 특수한 경우에는 재판에 대한 헌법 소원을 과거에도 허용한다.'는 것이 헌재의 결정이었고요. '누가 보더라도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이러한 긴급 조치를 적용한 재판에 대해서는 재심뿐만 아니라 국가 배상 청구를 통한 위자료 청구 소송도 인용이 돼야 된다. 그리고 그것이 기각됐을 때에는 헌법 소원도 가능하다.' 이것이 과거의 헌재 결정입니다.

◇ 김현정> 그런 판례가 있군요, 한번.

◆ 이영기> 그렇습니다.

◇ 김현정> 이런 선례도 있었는데. 그러면 그때는 4심을 인정했다는 건가요?

◆ 이영기> 아니요. 그건 결국에는 한정 위헌 결정이었는데요. 법률의 최종 해석권자는 대법원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결국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 김현정>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이쪽의 주장은 '특수한 경우라면 4심도 가능하게 해야 된다.' 이런 주장이시군요.

◆ 이영기> 그렇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제 있었던 중요한 결정에 대한 해석들. 민변 긴급 조치 변호인단의 이영기 변호사까지 만나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변호사님.

◆ 이영기> 네, 감사합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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