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는 3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슈퍼라운드 일본과 1차전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3회 통렬한 1점 홈런 등 4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 1사구로 5 대 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는 금메달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일전이었다. B조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덜미를 잡힌 대표팀은 슈퍼라운드에서 1패만 안아도 결승행이 무산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숙적 일본을 잡아내면서 결승 진출을 사실상 예약했다. 대표팀은 31일 중국과 슈퍼라운드 2차전에서 이기면 9월1일 결승에 오른다. 중국은 A조 예선에서 일본에 2 대 17 콜드게임패를 당해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할 전망이다.
사실 박병호는 타석에서도 맹위를 떨쳤지만 수비에서 더 빛났다. 선취점을 내줘 끌려갈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2루타성 타구를 잡아냈다. 초반 흐름을 일본에 내줬다면 자칫 패배를 당했던 대만전의 전철을 밟을 뻔했지만 박병호가 이를 막아냈다.
이날 대표팀 선발 최원태(넥센)는 1회를 잘 막아냈지만 2회 흔들렸다. 제구가 흔들리면서 1사에서 5번 기노 준야를 볼넷으로 내보내는 등 2사 2루에 몰렸다. 일본 7번 지명타자 마츠모토 모모타로는 이를 놓치지 않고 최원태의 4구째를 잡아당겨 1루 쪽 총알 타구를 날렸다.
하지만 박병호가 비호처럼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냈다. 타구가 빠른 데다 불규칙 바운드로 튀어 포구가 어려웠지만 박병호의 글러브는 잽쌌다. 박병호는 이후 민첩하게 일어나 침착하게 베이스 커버를 들어온 최원태에게 침착하게 토스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최원태는 팔꿈치 통증으로 고전했지만 박병호의 수비로 안심하고 마운드를 이용찬(두산)에게 넘겼다.
그러나 박병호가 천금의 수비로 실점을 막아내면서 일본과 초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이 수비 하나로 대표팀은 분위기가 살아났다. 3회초 선두타자 김하성(넥센)이 곧바로 일본 선발 사타케 카츠토시로부터 선제 좌월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박병호도 자신의 장기를 뽐냈다. 1사에서 박병호는 사타케의 속구를 통타,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큼직한 홈런을 날렸다. 홍콩과 B조 마지막 경기에서 첫 손맛을 본 이후 2경기 연속 홈런이다.
박병호의 공수 활약으로 대표팀은 완전히 살아났다. 4회 황재균(kt)의 3경기 연속 홈런이 터졌고, 5회 박병호의 안타를 시작으로 안치홍의 안타, 양의지의 1타점 2루타, 손아섭의 1타점 땅볼로 2점을 더 보태 5 대 0까지 달아났다. 마운드에서도 최원태에 이어 이용찬-최충연(삼성)-함덕주(두산)이 일본 타선을 7이닝 1점으로 막아냈다.
결국 대표팀은 5 대 1 낙승을 거뒀다. 이날도 졌다면 한국 야구는 2006년 도하 참사에 이어 다시 큰 망신을 당할 뻔했지만 박병호의 든든한 활약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국대 4번에 어울리는 박병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