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해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하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명했던 '4·27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커다란 벽에 부딪히면서 판문점선언의 주요 합의사항 이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 제동이 걸리고 있는 형국이다.
공동연락사무소는 당초 남북 이달 내에 개소식을 갖기로 합의했지만 사실상 물건너갔다.
남북간에 운영합의서는 이미 체결되고 개보수 공사도 끝났지만 '남북관계만 너무 앞서가서는 안된다'는 미국측의 불편한 시선 때문이다.
정부는 연락사무소 운영에 필요한 물자를 북한 지역으로 반출하는 것은 대북 제재가 아니며 비핵화 진전을 위해서도 북한과 상시적인 대화 창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지만 흔쾌하게 손을 들어주지는 않음으로써 암묵적으로 '속도 조절'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유엔군사령부가 남북협력 사업에 제동을 거는 일까지 벌어졌다.
통일부는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에서 우리측 열차를 직접 운행하는 방식으로 철도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군사분계선을 관할하고 있는 유엔사는 세부적인 추가 정보를 요구하면서 우리 정부의 방북 계획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남북철도 연결 사업 전반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주권침해' 논란까지 일고 있다.
우리 열차가 북한 철로 위를 달리는 것을 막아선 것인데, 유엔사는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선언에 포함된 합의사항 등 북한과 여러 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있어 대북 제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 등과 긴밀히 협의한다는 관례에 따라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남북 철도 연결과 관련해 미국과 사전 협의를 해왔다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정부는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대북제재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유엔사 가로막힌 것은 향후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으로 진행될 수 있는 남북 철도연결에 너무 가속도가 붙으면 자칫 한미간 대북 제재에 균열이 생기고,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가 약해질 수도 있다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 사업으로 진행될 수 있는 남북 철도연결에 너무 가속도가 붙으면 자칫 한미간 대북 제재에 균열이 생기고, 비핵화 협상의 지렛대가 부러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판문점 선언' 주요 합의 사항 이행이 계속 지연될 경우 자칫 남북대화의 동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노동신문 등 주요 매체를 통해 대북 제재 운운하지 말고 판문점선언 합의 사항을 빨리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9월 평양 정상회담의 성과도 장담할 수 없다.
북미관계가 악화되면 남북대화로 돌파구를 찾아낸다는 선순환 구도를 견지해온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