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됐다" 보험금 타내고 음주운전한 30대

"친구네서 실수로 떨어져" 주장했지만, 주거 침입으로 유죄 선고
이때 다친 허리 빌미로 오히려 보험금 수억원 타내
음주운전으로 실형…가석방 상태서 경찰에 붙잡혀

(사진=자료사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보험사를 속여 수억원을 받아낸 뒤 수차례 음주운전과 교통사고를 낸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31일 박모(36)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13년 10월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 5층에서 뛰어내려 다친 뒤 "담배를 피우다가 실수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됐다"며 보험사 4곳을 속여 보험금 3억 9000만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당시 같이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했던 여자 후배의 집을 찾아가 가스 배관을 타고 건물에 올라갔지만, 옆집으로 잘못 들어가면서 발각돼 밑으로 떨어져 다쳤다. 이에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박씨는 이때 부러진 '요추 3번'을 이용해 오히려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보험사들에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찰 조사와 징역형 선고 사실을 숨겼다. 또, 걷기와 운전 등이 가능하다는 진단서는 숨긴 채 상태가 심각했을 때의 진단서만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내 아내도 의사"라고 강조하면서 담당 의사에게 믿음을 주고 손쉽게 장해진단서를 받아낸 것으로도 밝혀졌다.

또,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자 금융감독원에 2차례 민원까지 제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보험사의 각기 다른 부서에서 장해 관련 보험금과 교통사고 관련 보험금을 함께 받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보험회사의 신고로 금융감독원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에게 교통사고 입건 사실 등이 적발되며 덜미를 잡혔다.

조사 결과 박씨는 사고가 난 2013년 10월 이후부터 4차례에 걸쳐 교통사고를 냈고, 과속이나 신호 위반으로도 대여섯 차례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엔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가석방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해진단서 발급은 환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세밀한 신체 감정 조건을 갖추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다음 달 초 박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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