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강 베트남전. 연일 경기를 치르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을 친 상황. 그라운드로 향하기 전 주장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을 포함한 20명의 선수들이 모여 각오를 다졌다.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베트남전을 앞둔 인사이드캠 영상. 서로의 어깨를 감싼 상황에서 손흥민이 "형이 한 마디만 할게"라면서 입을 열었다.
손흥민은 팀을 강조했다. 손흥민은 "어떤 팀이 됐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이기는 거야"라면서 "누가 됐든 도와줘야 해. 경기 뛰는 사람, 경기 안 뛰는 사람 모두 하나가 되는 거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몸 풀 때부터 집중해. 눈 크게 뜨고, 독기를 품자고 독기"라고 동생들을 다독였다.
김학범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주장을 손흥민에게 맡겼다. 이미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도 주장 완장을 찬 경험이 있기에 낯설지는 않다. 하지만 손흥민에게도 주장은 부담이었다. 소속팀 일정으로 국내 훈련을 함께 하지 못했고, 악역을 맡아야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악역을 자처했다.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이 끝난 뒤 "나도 지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나까지 지친 모습을 보여주면 선수들에게 힘이 안 된다.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 다들 쓰러져 있길래 '일어나'라고 소리쳤다"면서 "내가 주장이지만, 오히려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내가 꾸짖어도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다들 열심히 해준다"고 강조했다.
동생들을 꾸짖는 것도, 동생들을 다독이는 것도 손흥민의 몫이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서는 김진야(인천)가 이란과 16강전에서 무릎 통증을 호소하자 "내가 수비로 내려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진야는 "흥민이 형으 그렇게 말을 해줘 감사했다"고 말했다.
황인범(아산)도 "이란전을 준비하면서 조금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했는지 흥민이 형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일깨워줬다"고 설명했다.
주장 손흥민의 마침표는 금메달이다. 아시아의 축제라는 아시안게임이지만, 전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에 기쁜 뉴스를 보내드리고 싶다. 여기까지 와서 못하면 바보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