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경남과 전남, 상주를 거쳤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2007년 경남에서 기록한 5위가 최고 성적. 전남에서는 1년 밖에 버티지 못했다. 상주 시절에는 승격도 경험했지만, 강등도 있었다. 이후 내셔널리그 창원시청을 지휘했다.
그런 박항서 감독이 지난해 10월 베트남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박항서 감독의 에이전트사에 따르면 300명 이상이 베트남 사령탑에 지원했다. 치열했던 경쟁을 뚫을 수 있었던 비결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코치 경험과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감독 경험이다.
베트남축구협회는 박항서 감독 선임 후에도 의문의 눈초리를 보냈다. 감독으로서는 확실한 경력이 없었던 탓이다.
게다가 박항서 감독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선수들 먹이기였다. 저체중을 이겨내기 위한 고단백질 식단과 배명호 피지컬 코치를 통해 선수들의 몸을 키웠다. 훈련 후에도 30~40분 동안 상체 운동을 시켰다. 의심의 눈초리는 당연했다.
그렇게 준비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베트남은 상상 이상의 성적을 냈다. 동남아 국가로는 최초로 결승까지 진출했다. 비록 예상하지 못했던 눈이라는 걸림돌 때문에 우즈베키스탄에 패했지만, 베트남에서는 박항서 열풍이 불었다.
이후 박항서 감독은 12월 스즈키컵 준비에 들어갔다. 8월 아시안게임, 내년 1월 아시안컵이라는 대회가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인 스즈키컵 성적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아시안게임도 소흘히 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강까지 올랐다. 역대 최고 성적이다. 조별리그에서는 일본을 1대0으로 꺾는 등 8강까지 5전 전승을 거뒀다.
베트남은 뜨거웠다. 국민들은 경기 날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응원을 펼쳤고, 베트남 항공사는 자카르타행 특별편을 마련하기도 했다. 베트남 언론들도 "땡큐 박항서"를 외치며 연일 아시안게임 축구 소식을 전했다.
일단 아시안게임에서의 박항서 매직은 끝났다.
하지만 박항서 매직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3~4위전이 남아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메달 도전이다. 또 베트남축구협회가 원하는 12월 스즈키컵, 그리고 내년 1월 아시아 최강을 가리는 아시안컵이 기다리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줬다. 결승 도전은 멈췄지만, 3~4위전을 위해 다시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