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조 부응·비판여론 무마…은행권, 4000명대 신규채용

주요 은행만 3000명대, 전년대비 100명 이상 증가
경영실적 신장률보다 채용규모 증가율 훨씬 높아

은행권 하반기 공채 일정이 다음달 중 시작된다. 상반기 채용을 합산하면 4대은행 등 주요 은행에서 올해 3000명 이상이 신규 채용되고, 전체 은행으로 따졌을 때 올해 4000명대 규모다. '젊은 피' 수혈이란 본연의 목적은 물론, 정책과 여론에 대한 순응 의지가 엿보인다.

전국은행연합회 등 6대 금융협회는 2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열었다. 은행 14곳 등 59개 금융사가 참여하는 이 행사에서는 일부 금융사가 사전예약자 대상 1대1 면접을 거쳐 우수면접자에게 서류전형 통과 혜택을 준다.

행사를 후원하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채용박람회 참여 59개 금융사들의 올해 하반기 채용규모는 4793명으로 잠정됐다.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15곳), 금융투자사(9곳), 카드사(8곳), 저축은행(3곳), 공공기관(10곳)의 규모가 합산된 수치다.

주요 은행만 따질 경우 하반기 3000명대 신규채용이 이뤄질 예정이다. 일부 실시된 상반기 공채까지 합하고, 지방은행 등으로 집계 범위를 넓히면 올해 채용규모는 4000명을 넘어선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하반기 510명 등 올해 총 75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600명, KEB하나은행은 500명 채용을 예정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HN농협은행도 상반기 공채까지 합해 올해 각각 500명을 뽑는다. IBK기업은행도 380명 신규채용 예정으로 전해졌다.


채용 예정인원은 지난해 채용자 수에 비해 각사 모두 늘었다. 하나은행은 250명이 늘어 전년대비 2배가 됐고, 우리은행(155명)·농협은행(150명)·기업은행(130명)·국민은행(100명)도 100명 이상 채용을 늘렸다. 채용규모는 '전년대비 반토막'이라던 2016년 이후 지속 증가세다.

은행별 채용규모 증가율은 경영실적 신장률마저 앞서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별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0.82~19.95% 증가했지만, 신규채용은 은행별로 전년대비 11.11~100% 늘었다. 주요 6개 은행 중 상반기 경영실적 공시가 안된 농협은행을 뺀 5개사 합산으로 비교해도 채용규모 증가율이 더 높다. 전년대비 올 상반기 순이익 증가율은 11.3%, 채용규모 증가율은 올해가 전년대비 33.5%다.

은행들이 신규채용 확대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일단, 그만큼 인력이 빠져나간 데 따른 수요가 있어서다.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임직원 274명 대상 준정년퇴직을 실시하기로 했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올초 각각 400명과 700명씩 임직원이 희망퇴직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특수은행 19개사 전체의 임직원수는 올해 3월 기준 10만9989명이다. 2016년 3월(11만4943명)과 지난해 같은 기간(11만1543명)을 거쳐 꾸준히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채용확대는 결국 '청년일자리 창출'이란 정권의 국정기조에 부응하는 게 된다. "희망퇴직 대상자에게 퇴직금을 많이 주면 10명이 퇴직할 때 젊은 사람 7명을 채용할 수 있다"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희망퇴직을 적극 권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청년실업 해소 노력은 다시, 최근 천문학적 순이익 기록 탓에 불거진 '이자장사 논란' 등 각종 비판을 무마하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게 만든다. 우리·하나·국민·신한은행 등은 2016년을 전후한 공채과정에서의 특혜비리로 수사를 받았다. 하나은행은 대출금리 조작 의혹마저 불거진 상태다.

한 금융권 인사는 "청년실업 해소나 금융혁신을 위한 필요인력 확충이 채용인력 확대의 목적이겠지만, 채용비리 등으로 나빠진 여론을 외면할 수만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시간 노동을 해소하기 위해 약 2만9000명의 신규 채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최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의 산별교섭에서 '5000명 이상'의 내년도 신규채용 목표에 잠정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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