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경쟁이라는 상업적 논리에 따라, 방송사들이 여전히 제 살 깎아먹기 식 '대응 편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7일 밤 9시 15~30분 사이, 지상파 3사 스포츠 케이블 채널인 'KBS N 스포츠' 'MBC 스포츠 플러스' 'SBS 스포츠'는 모두 약속한 듯이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 베트남 대 시리아 경기를 중계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간 다른 경기장에서는 이 대회 남자 축구 8강 북한 대 아랍에미리트(UAE)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상파도, 케이블도 이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는 없었다.
당시 베트남 경기 중계를 관심있게 지켜보던 누리꾼들은, 한편으로 북한 경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SNS로 공유하면서, 방송사들의 편향적인 중계를 비판했다.
트위터 사용자 '@a*****'는 "방송국이 많으면 뭐하나. 다 똑같은 경기 중계하는데. 북한 축구 중계하는 곳 하나 없네. 베트남-시리아 경기가 3사 스포츠채널에서 할 만큼 중요하고 북한은 안중에도 없나?"라고 지적했다.
'@f*****'는 "베트남 대 시리아 경기는 스포츠 채널 3곳에서 동시 중계하면서 북한 대 아랍에미리트 경기는 왜 아무곳에서도 중계 안 해 주냐…. 북한 승리해서 일본과 준결승전 하면 좋을 듯"이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베트남은 연장 끝에 시리아를 1대 0으로 이기고 사상 첫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4강에 올랐다. 하지만 북한은 전후반을 1대 1로 맞선 뒤 연장전에 이어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승부차기 결과 5대 3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러한 중계 태도에 대해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28일 "베트남 축구팀이 박항서 감독 덕에 관심을 끌면서 '대응 편성'이라는 방송사들의 상업적 논리가 발동한 것"이라며 "시청률 경쟁 차원에서 '다른 방송사에서 (베트남 경기를) 내보내는데, 우리가 안 하면 시청률을 빼앗길 수 있다'는 논리"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응 편성 전략은 두 가지를 노리는데,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것과 다른 방송사 시청률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라며 "이러한 논리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오롯이 시청자들"이라고 부연했다.
방송사들의 대응 편성 전략은 다른 방송사에서 예능을 내보내면 예능으로, 드라마를 틀면 드라마를 트는 식으로 여전히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편성이 시청자들의 볼 권리 자체를 빼앗는 데 있다.
최 교수는 "특히나 지상파 방송사는 공공의 자산을 갖고 방송사를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공공성과 시청자 권익에 대해 다른 방송사보다 훨씬 더 신경써야 할 의무가 있다"며 "공영방송이 시청률이나 경제적 이익 때문에 시청자 권익을 등한시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가치 자체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언론 자유 침해 차원에서 이를 법적으로 제약하기는 힘들고, 방송사들이 자발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일정 부분 조율자·조정자 역할을 하고, 시청자와 시민사회 단체들이 나서지 않으면 방송사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