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혜택을 위한 밀어주기? 한국 남자양궁 대표팀에게 그런 고민은 없었다. 한국 양궁이 왜 세계 최강인가를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28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양궁 리커브 개인전 결승전에서 김우진(26·청주시청)이 대표팀 후배 이우석(21·상무)을 세트 스코어 6대4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대4에서 시작된 마지막 5세트. 두 선수는 나란히 8점으로 시작했고 두 번째 화살도 나란히 9점 과녁에 꽂았다. 이우석이 먼저 쏜 마지막 화살의 점수는 9점. 이어 김우진의 화살이 10점 과녁에 꽂히면서 치열했던 승부가 결정됐다.
이로써 김우진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8년만에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우진에게 아깝게 패한 이우석은 개인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기회를 놓쳤다.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딴 남자 선수에게 병역 혜택이 주어진다. 지난 2월 군에 입대한 이우석이 금메달을 획득했다면 곧바로 조기 전역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예민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대표팀 선후배가 어떤 대결을 펼칠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이는 외부의 시선일 뿐이었다. 두 선수의 결승전 대결에서 병역 혜택의 생각은 '1'도 없었다. 김우진은 물론이고 이우석 역시 오로지 승부에만 집중했다.
김우진은 마지막 한발을 쏠 때의 감정을 묻는 질문에 "병역과 관련된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이우석 선수 본인과 나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외적인 일은 생각하지 않고 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쐈고 결과는 내가 우승했다. 이우석이 많이 아쉽겠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우석도 같은 생각이었다. "요즘 군대를 빼는 걸로 말들이 많지 않나. 밀어주기를 한다, 야구 같은 경우는 선수를 넣어서 그런 얘기도 많은데 양궁은 선발전부터 투명하게 했고 개인 실력으로 올라온 것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두 선수는 누가 이기든 패자가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해주자고 약속했다. 이우석은 "내가 그만큼 부족했기 때문에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라며 "더 열심히 해서 국민들 앞에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진은 이날 결승 무대에서 승부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승부가 끝난 뒤에는 후배를 치켜세웠다. "이우석은 향후 한국 양궁을 이끌어 갈 주역"이라며 "아직 어린데 쏘는 것도 대범하다. 향후 더 많은 메이저급 대회에 뛴다면 한국 양궁에서 가장 주목받을 기대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