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배려? 승부만 있다' 韓 양궁, 세계 최강인 이유

28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우진이 축하를 받고 있다. 결승전에는 에이스 김우진(26)과 대표팀 막내 상무 소속 이우석(21)이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다튔다. 이한형 기자
양보는 없었다. 후배의 병역 특례가 걸려 있었지만 선배는 정정당당한 승부를 택했다. 세계 최강 남자 양궁인 이유다.

김우진(26·청주시청)은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리커브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이우석(21·국군체육부대)을 세트 승점 6 대 4로 눌렀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김우진은 당시 개인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고, 2014년 인천 대회 때는 출전하지 못했다. 전날 단체전 은메달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이우석은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은메달 2개를 따냈다. 특히 현재 이등병 신분인 이우석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곧바로 전역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이루지 못했다.


떳떳한 승부였다. 당초 김우진은 이우석과 결승 맞대결에 대해 "(금메달은) 네가 챙겨야 하는 것"이라며 정정당당한 승부를 예고했다. 국내 선발전부터 실력으로만 겨뤄왔던 한국 양궁이다.

출발은 이우석이 좋았다. 김우진은 바람이 적잖은 경기장에 적응이 어려운 듯했다. 1세트 19 대 18로 앞섰지만 마지막 발을 8점에 맞춰 승점 1씩 나눴다.

2세트에서 이우석은 28점을 쏘며 앞서갔다. 김우진은 마지막 살을 7점에 맞추며 1 대 3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이후 김우진이 감을 잡았다. 3세트에서 마지막 발로 10점을 쏘며 27 대 26으로 앞서 승점 3 대 3 동점을 만들었다. 4세트에는 둘 모두 29점을 쏴서 승점 4 대 4를 이뤘다.

운명의 마지막 5세트. 둘은 첫 두 발에서 8, 9점을 쏘며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마지막 발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우석이 9점을 쐈다. 김우진이 9점을 쏘면 연장에 들어갈 상황. 그러나 김우진의 살이 10점 과녁을 꿰뚫으며 금, 은메달이 갈렸다.

김우진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웃지 못했다.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후배를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그러나 김우진은 승부의 세계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우석이 찾아온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을 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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