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과 간절함의 사이…누가 손흥민을 욕할 수 있나

[오해원의 깨톡]황희찬의 페널티킥과 등 돌린 손흥민, 황의조

한국 선수단이 6회 연속 종합 2위에 도전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9개 종목에 참가하는 1044명의 대한민국 선수단과 함께 경기장 곳곳을 다니며 미처 기사에 싣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깨알 같은 이야기. 오해원의 깨톡(TALK)]을 통해 전달합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23세 이하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우즈베키스탄과 8강에서 연장 후반 13분에 페널티킥 결승골을 넣은 황희찬과 기쁨을 나누는 모습. 이한형기자
27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브카시의 패트리엇 찬드라바가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 이 경기는 7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4대3으로 승리했습니다.


두 우승 후보의 맞대결답게 경기는 전, 후반 90분과 30분의 연장까지 120분 내내 뜨거웠습니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터진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에만 3골이 터졌고, 후반에도 3골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연장에서 후반 13분 황희찬(잘츠부르크)의 페널티킥 결승골이 터지며 한국의 짜릿한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됐습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김학범호’지만 예상 못 한 비난이 이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경기에서 황의조의 해트트릭과 함께 2도움을 기록하며 승리를 쌍끌이한 주장 손흥민이 비난의 중심에 있어 더욱 놀랍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황희찬이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서 공을 차려던 순간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도전을 이끄는 U-23 대표팀의 주장으로서 경솔한 행동이었다는 것이 비난의 주된 이유입니다.

사실 이날 우리 선수들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호각에 모두가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정규시간과 연장까지 무려 120분을 소화한 영향도 있지만 7골이나 주고받을 정도로 승리가 간절했던 경기였습니다. 종료 직전 얻은 페널티킥의 기회에서 누구보다 승리가 간절했던 손흥민은 더욱 간절함이 컸습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20명의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가운데 가장 금메달이 절실한 선수다. 이한형기자
경기 후 손흥민은 자신이 비난받는 페널티킥 당시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했습니다. “사실 어떻게 찼는지 못 봤다”는 손흥민은 “경기하면서 많이 힘들었던 상황을 생각해서 희찬이가 차게 했다”며 분명한 믿음을 보였습니다. 직접 키커로 나설 예정이었지만 강한 자신감으로 기회를 요구한 황희찬을 믿고 결승골을 넣을 기회를 준 주장 손흥민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이 경기 해트트릭을 포함해 대회 8골로 한국 축구의 금메달 도전을 견인하는 황의조도 사실 황희찬의 페널티킥 순간 등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경기 후 만난 황의조는 “페널티킥을 얻자마자 희찬이가 넣겠다고 했고 희찬이를 믿었다”면서 “(골키퍼에 막힐 경우를 대비해) 쇄도를 하는 게 맞는데 희찬이가 잘 차서 넣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 골로 희찬이가 자신감을 갖고 더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선수 가까이 지켜본 김학범 감독 역시 “손흥민이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찰 때 (돌아서서) 안 본 것은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호랑이 선생님’ 김학범 감독조차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보였을 정도로 U-23 대표팀 모두 승리가 간절했습니다.

선수들도 황희찬의 페널티킥 당시 혹시 모를 실축을 대비해 페널티박스로 쇄도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연장 후반 13분이었던 데다 무엇보다 황희찬을 향한 믿음이 분명했습니다. 물론 슛이 골키퍼에 막힐 수도 있었지만 결국 황희찬은 골을 넣고 포효했습니다. 그리고 동료들은 그런 황희찬을 찾아가 함께 기뻐했습니다.

결국 우즈베키스탄전의 승리는 황희찬의 분명한 의지와 함께 페널티킥 순간을 마음 놓고 쳐다볼 수 없을 만큼 승리가 간절했던 손흥민과 황의조 등 동료 선수의 마음이 모여 이룰 수 있는 결과였습니다. 과연 누가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놓고 뛰었던, 그리고 누구보다 승리를 바랐던 선수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황희찬이 페널티킥을 차는 순간 손흥민뿐 아니라 황의조도 차마 우즈벡의 골문을 쳐다보지 못하고 승리를 기도했다. 이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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