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입법 지연…여야, '완화 범위' 이견

국회 정무위 소위, '계속 논의해 나가자' 결론만 내고 종료
주무부처 금융위, 인터넷은행 업계 등 당사자들 낙심
8월국회 회기 처리 난망…정기국회 이후로 미뤄질 수도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 입법 논의가 공전하면서 정부와 업계가 낙심하게 됐다. 규제완화 대상에 대한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못하면서 8월 중 입법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국회 정무위 법안1소위는 27일 인터넷은행 규제완화 법안들을 놓고 심의를 벌였지만, "논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결론만 내고 법안처리를 미뤘다. 여야는 다음 소위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8월임시국회 회기 내 법안처리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당초 여야는 31일 본회의에서 관련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으나, 정기국회 이후로 입법이 지연될 소지가 생겼다.


최대 쟁점은 은산분리 완화 대상의 범위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수 지배의 자산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을 원천 배제하되 ICT 비중이 큰 업체 허용', 자유한국당은 '모든 기업에 문호 개방'으로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문호 전면개방시 재벌의 인터넷은행 진출도 가능할 수 있다.

25%에서 50%까지 다양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지분 허용상한 등 다른 쟁점은 논의조차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여당 의원은 "규제완화 대상을 어디까지로 할지에서 절충이 안돼, 다른 쟁점은 다뤄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입법을 적극 추진해온 금융위원회로서는 실망스러운 상황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무위 법안소위를 직접 찾아 여야 의원들을 만나 인터넷은행 특례법 처리를 설득했다. 앞서 한차례 처리가 무산된 24일 소위 때도 몸소 소위 위원들을 만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업계 인사들 앞에서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빅데이터 산업의 유기적 발전을 위해 보다 적극 대응하겠다. 금융혁신 관련 법안들이 하루빨리 결실맺도록 국회 입법 논의에 적극 협조하겠다"(지난 7일 규제혁신 현장방문)던 최 위원장으로서는 아쉬운 상황이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규제완화를 통해 자본확충 등 사업확장 기회를 노려온 업계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현행 은산분리 법규상 지분 10%(의결권은 4%만) 제한에 걸려 있는 KT(케이뱅크)와 카카오(카카오뱅크)는 사업 확장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케이뱅크는 최근 유상증자 목표 달성조차 실패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국회 입법논의 상황은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여야 합의가 조속히 이뤄지고, 하루빨리 규제완화 환경이 갖춰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야 원내지도부가 담판을 통해 절충에 성공하는 경우 법안 처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여당 관계자는 "정무적으로 양당 원내대표가 타협한다면 8월 입법이 가능할 수도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