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바른미래당 '쌈짓돈 의혹'…"영수증 없이 밥값써"

-국민의당 출신 당직자 10여명, '수상한 월급' 수천만 원…수령 당사자 인터뷰
-"회계처리 쉽게 월급으로 받은 뒤 부서 통장으로 옮겨 운영비로 사용"
-"영수증 처리 안 해" 용처 불분명…각계 전문가들 "법 위반 소지"
-특활비 폐지 주도해놓고 뒤에선 '쌈짓돈' 만들었나…의혹 확산

(사진=자료사진)
바른미래당의 국민의당 출신 특정 당직자들이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월급으로 업무추진비(업추비) 수천만 원을 지급받았다는 내용의 '월급대장'이 확인된 가운데, 이 돈이 "영수증 처리없이 사용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실제로 다달이 돈을 타갔던 이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식비와 사무처 운영비로 쓰였다"며 이 같이 밝혔다. 운영비를 월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영수증 작성을 회피하고, 쌈짓돈처럼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각계 전문가들은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사용처에 대해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수상한 월급' 수령 당사자 "식비와 운영비로 사용…영수증 처리 안 해"

수개월에 걸쳐 다달이 100만 원 이상의 업추비를 월급으로 수령한 국민의당 출신 A 씨는 신분 노출을 꺼리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제 월급으로 (업추비가) 들어왔다. 그걸 다시 제가 소속된 부서 통장에 입금을 시킨 뒤 그걸로 식비와 저희(당직자) 운영비를 썼다"고 털어놨다.

운영비를 월급으로 받은 이유에 대해선 "회계처리하는 데 어렵다고 들었다. 그래서 한 번에 제 통장으로 해서 제가 그걸 매달 부서 통장에 옮겨놨었다"고 밝혔다. 국·실 등 부서가 운영비 명목으로 돈을 받으면 영수증 등 용처에 대해 철저하게 회계 보고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생략하기 위해 영수증 처리가 필요없는 월급으로 지급하는 꼼수를 택한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달리는 대목이다.

A 씨는 특히 "그 돈이 제게 들어오기 전엔 원래 (쓴 돈에 대한) 영수증을 다 첨부했었다"면서 "근데 제게 그 돈이 들어오는 시점(3월)부터 어떻게 회계가 바뀌었는진 모르겠지만, 뭔가 바뀌어서 영수증 처리를 안 해도 된다고 들었다. 그 때부터는 영수증 처리를 안 했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27일 입수한 바른미래당 회계보고서를 보면 4실10국 체제로 운영됐던 국민의당 쪽 대다수 사무처에 대한 3~6월분 운영비 지급내역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7국1실 체제였던 바른정당 쪽 사무처는 이 기간 실국별 운영비 지급액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합 이후에도 양측 사무처는 따로 운영돼 왔다. 바른정당 출신 한 관계자는 "(우리는) 운영비 명목으로 정식 지급받고, 선관위 보고 사항인 만큼, 어디에 썼는지 철저하게 영수증 처리를 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사무처 당직자의 3월 급여대장
바른미래당 사무처 당직자의 3월 급여대장
◇ 법조계·시민단체도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선관위도 "회계보고 확인 중"

법조계와 시민단체에선 월급으로 업추비를 받아 영수증 첨부 없이 운영비 등으로 썼다는 게 사실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법 제2조는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돼야 하고, 그 회계는 공개돼야 한다'며 '사적 경비로 지출하거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 39조엔 '회계책임자가 정치자금을 수입·지출하는 경우에는 영수증 그 밖의 증빙서류를 구비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비나 보조금 등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정당인 만큼, 자금의 용처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정당 사무처 운영비를 당직자 월급에 포함시켜 영수증 없이 사용했다면 허위 회계보고로서, 정자법 위반으로 볼 수 있다"며 "사실이라면 선관위에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소속 정치자금 전문가인 경북대 엄기홍 교수도 "정치자금을 편법으로 이용해서 투명성을 흐릴 소지가 있어보인다"며 "정치자금 지출형태로 봤을 때 개인적 편의에 의한 것인지 정당 지도부에 의한 조직적 행동이냐에 따라서 법적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 정당 회계를 담당했던 한 회계사는 "월급이 사무처 운영비로 쓰였다면 한 마디로 정확하게 회계처리가 안 된 것"이라며 "월급에 운영비를 포함시키면, 그만큼의 근로소득세가 더 나온다. 안 내도 되는 소득세까지 내 가면서까지 그렇게 운영했다는 건 경제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의사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변호사들은 "일단 내부 증언을 보더라도 편의상 명목을 달리해서 월급으로 받아 영수증 처리 등을 제대로 안 한 것이기에 문제는 있어 보인다", "월급에 운영비를 포함시키면 세금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영수증 처리 없이 돈이 쓰였다면 뭔가 드러나지 않게 해서 쓸 수 없는 데 썼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불법이든, 편법이든 둘 중 하나 같다"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관위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금은 회계보고 열람기간"이라며 "이런 사안을 포함해서 각 정당의 전반적인 회계보고 내역들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 바른미래 회계책임자, 묵묵부답…내부서도 "회계 꼼수 조사해야"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회계책임자인 이태규 사무총장은 이날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의혹이 제기된지 4일이 넘었지만 묵묵부답인 셈이다. 당에선 김수민 원내대변인이 지난 23일 "바른정당과 통합하면서 같은 직급 간 월급 차이가 나는 것을 보전해줬다"고 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핵심 관계자는 "이 건과는 별개로 월급 차액은 수당 형식으로 지급했었다"고 반박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또 "당에서 해명자료를 만든 것 같다"고 했지만,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 안팎에선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회계처리를 하지 않은 눈먼 돈은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며 "가령 유흥주점에서 술을 먹어도, 현금으로 비자금을 만들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해당 사실을 면밀히 조사해 국민 세금이 올바로 쓰일 수 있도록 하고, 문제가 있는 돈은 환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