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당초 목표로 삼았던 댓글조작의 정치권 연루 의혹 수사가 초라한 성적표로 돌아오면서, 그동안 본류에서 벗어난 '곁다리' 사건에 치중한 데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 노회찬 '별건수사'하다 비극…수사동력 떨어져
드루킹 측으로부터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던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특검 수사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노 의원은 유서를 통해 자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바로 노 의원에 대한 특검의 수사는 '본류'가 아니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당초 여아가 합의했던 특검의 수사 대상은 △드루킹 일당이 저지른 불법 여론조작 △여론조작 수사에서 밝혀진 관련자 불법 행위 △드루킹 불법자금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이다.
노 대표에 대한 수사는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사건'으로 볼 수도 있지만 드루킹 댓글조작과 정치권과의 연관성보다 우선 밝혀야 할 핵심 의혹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특검이 정치적 이슈에 매몰돼 방향을 헤맨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당시 정의당은 노 의원의 유서를 일부 공개하며 "댓글공작으로 시작한 특검인데 정의당이 생각하는 결론은 이런 비극적 결론이 아니다. 이에 대해 정의당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24일 드루킹을 비롯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핵심회원 △ '아보카' 도모 변호사 △'삶의축제' 윤모 변호사 △'파로스' 김씨 등 4명을 노 의원에게 5000만원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노 의원에 대해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별도로 처분하지 않았다.
◇ 송인배 靑비서관 개인비리도 기웃…'정치특검' 비판
특검은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조사하던 중 '골프장 급여자금 흐름'을 조사했다.
송 비서관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소유의 골프장에서 고문으로 근무하면서 매월 200~3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부분이다.
특검은 해당 급여의 불법성을 따져보려 했지만 송 비서관은 불법 정치자금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 측에서도 특검에 급여 관련 자료 등을 제출해 소명했다.
그러나 골프장 급여 의혹이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범위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루킹과의 연관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관련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검은 당초 경공모로부터 간담회 사례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송 비서관을 소환한 상황이었다.
결국 특검이 핵심 의혹에서 벗어난 지류를 좇다 본류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게 된다. '곁다리' 수사에 치중하다 '드루킹-김경수 경남도지사' 커넥션이나 청와대 개입 의혹에 대한 의혹 규명에는 다가가지 못했다는 것.
특검은 수사기간 60일 중 열흘 남짓을 남기고 뒤늦게 김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잰걸음을 뗐지만 그마저도 결국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법원은 김 지사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이후 "드루킹과의 공모 관계 성립 여부 및 범행 가담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영장을 기각했다. 사실상 특검 수사가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미흡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특검은 드루킹 측근 도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도 2차례나 기각되면서 난항을 겪기도 했다.
수사를 종료한 특검은 앞으로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과를 내놓고 31억4000만원에 달하는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특검으로선 수사 동력을 상당히 잃어 어쩔 수 없이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수사기간을 연장하기엔 상당히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