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밝았다.
'농구대통령'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27일 낮 12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농구장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을 놓고 필리핀과 정면 대결을 펼친다.
4년 전 인천 대회 결승전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을 극적으로 따돌리고 12년만의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했던 남자농구는 2회 연속 우승의 꿈을 안고 자카르타에 입성했다.
한국은 KBL에서 외국인선수로 활약한 센터 라건아(미국명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귀화시키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고 중국, 이란 등과 함께 남자농구 우승을 다툴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여기에 새로운 복병이 등장했다. 바로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최근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기간에 벌어진 집단 난투극의 여파로 국가대표 선수 다수가 국제농구연맹(FIBA)의 출전 징계를 받아 전력이 매우 약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미국프로농구(NBA) 사무국의 허락으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스타 조던 클락슨이 전격 합류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조던 클락슨은 필리핀 대표 2진급 선수들과 함께 218cm 장신 센터 저우치(휴스턴 로켓츠)가 새로 가세한 중국과 2점차 접전을 펼치며 단숨에 우승후보급 전력으로 발돋움 했다. 클락슨은 이 경기에서 28점을 몰아넣었다.
필리핀은 급조된 팀으로 조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조던 클락슨이 합류하면서 팀 사기가 크게 올라갔고 경기가 없는 휴식일이 많은 대회 일정상 조직력을 맞출 시간적 여유도 충분했다.
한국 선수들은 "1대1로는 클락슨을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조던 클락슨을 필두로 개인기와 슛, 파워를 겸비한 스탠리 프링글 등 필리핀의 화려한 가드진을 어떻게 봉쇄하느냐가 관건이다.
필리핀에는 경기를 압도할만한 강력한 센터가 없다. 조던 클락슨과 프링글이 중심이 되어 2대2 공격을 주로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조던 클락슨은 중국전에서 저우치가 버티는 중국 골밑을 무리하게 파고들지 않았다. 한국전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골밑을 파고들 여지가 크다.
한국은 철저한 외곽 도움수비를 통해 두 선수가 파고들 공간을 최대한 줄여주는 게 중요하다. 필리핀 가드가 스크린을 타고 움직일 때 이후 수비의 대응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서는 박찬희, 김선형, 허훈 등이 강력한 필리핀 백코트에 맞선다.
또 라건아와 이승현, 최준용 등 빅맨들이 골밑 바깥 지역에서 얼마나 효율적인 도움수비를 펼치면서 동시에 골밑을 사수하느냐가 핵심이다. 어깨가 무겁다.
공격에서는 라건아의 역할에 기대를 건다. 골밑 득점력이 뛰어난 라건아는 필리핀의 경계대상 1호다. 특히 라건아가 리바운드를 확실히 사수할 경우 한국은 경기를 풀어가기가 수월해진다.
외곽 지원은 필수다. 필리핀은 라건아를 막기 위해 가드진의 골밑 도움수비를 염두에 두고 있는 눈치다. 이 경우 이정현을 중심으로 외곽 슈터들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필리핀은 한국을 상대로 업템포 스타일의 다득점 양상 경기를 펼치려고 할 것이다. 아예 페이스를 늦춰 수비로 맞설 것이 아니라면 한국 역시 맞불을 놓을 각오를 해야한다. 물러설 수 없는 한국과 NBA 스타가 뛰는 아시안게임,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