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대만에 1 대 2로 졌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2년 만에 당한 아시안게임 패배다.
선발 양현종(KIA)은 실투 1개가 아쉬웠지만 제 역할은 했다.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등판한 최충연(삼성), 정우람(한화), 박치국, 함덕주(이상 두산) 등 불펜진도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타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한국 타선은 김재환의 홈런 외에는 득점이 없었다. 6안타를 쳤지만 단 1점에 머물렀다.
당초 이번 대표팀은 타선이 강점으로 꼽혔다. 타율 1위(3할7푼8리) 이정후(넥센)을 비롯해 타점(101개) 안타(164개) 1위 김현수(LG), 장타율(7할4리) 1위 박병호(넥센), 홈런 2위(33개) 김재환(두산) 등이 모인 타선이었다. 하위 타선에도 양의지(두산), 손아섭(롯데), 김하성(넥센) 등이 포진했다.
때문에 선동열 대표팀 감독도 "쉬어갈 타순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대만에는 분위기를 내주면 끌려가기 때문에 초전박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대만 실업야구 투수 3명을 공략하지 못한 점을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은 대만 선발 우셩펑에게 5회까지 1점에 머물렀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김현수가 4타수 무안타, 박병호가 4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일단 실전 감각이 떨어진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16일 KBO 리그 경기 이후 9일 동안 휴식과 훈련에만 집중했다. 2014년 인천 대회처럼 평가전이 없었다. 선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 지쳐 있어 컨디션 회복이 먼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0일 만에 실전 투구를 접한 선수들은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여기에 초반 실점한 게 부담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한국은 1회 에이스 양현종이 상대 3번 쟝젠민에게 3루타, 4번 타자 린지아요우에게 2점 홈런을 맞고 끌려갔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초반 실점하면서 타자들의 부담감도 커졌다.
낯선 대만 투수들의 공을 공략하기 어려웠던 점도 꼽을 수 있다. 우셩평, 왕쭝하오 왕정하오 등 대만 선수들은 실업 투수들이었다. 경기 후 선 감독은 "예상하지 못한 선발 투수가 나와 초반에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가다 보니까 후반에는 선수들이 급해진 것 같다"고 패인을 짚었다.
이게 끝은 아니다. 한국은 남은 인도네시아, 홍콩과 조별리그에서 조 2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다. 이날 첫 경기 패배가 값진 교훈으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