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은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열린 대만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B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고전했다. 1회 먼저 2점을 내준 게 화근이 돼 경기 후반까지 끌려갔다.
대표팀의 선발 투수는 지난해 정규리그 및 한국시리즈(KS) MVP 양현종(KIA). 선발 마스크는 현재 KBO 리그 최고의 포수 양의지(두산)였다.
출발은 좋았다. 양현종은 첫 두 타자를 유격수 땅볼과 우익수 파울 뜬공으로 처리했다. 대표팀 에이스다웠다.
양현종은 3번 타자 쟝젠밍에게 좌중간 3루타를 맞고 흔들렸다. 2루타성 타구였으나 좌익수 김현수(LG)가 더듬어 뒤로 빠뜨리며 3루타가 됐다.
그래도 양현종은 상대 4번 린지아요우와 씩씩하게 맞섰다. 속구 2개를 던져 상대를 윽박질러 0볼-2스트라이크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3구째가 뼈아팠다. 양현종-양의지 배터리는 속구를 택했다. 상대가 제대로 속구에 반응하지 못하는 점, 지난 16일 이후 10일 만의 등판인 양현종의 구위에 힘이 붙어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한국 배터리는 투구 패턴에 변화를 줬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을 적절히 구사하며 대만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양현종은 이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6이닝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실점의 성적. 선발 투수의 역할은 충분히 해냈지만 에이스인 점을 감안하면 살짝 아쉬웠다. 특히 단기전인 국제대회라서 더 아쉬웠다.
양현종 이후 등판한 최충연(삼성)도 슬라이더와 커브를 적극 활용했다. 속구에 초점을 맞춘 상대 쟝젠민, 린지아요우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런 점에서 더 아쉬웠던 1회 양현종-양의지 배터리의 '강공' 선택이었다.
불의의 일격을 먼저 당한 대표팀 타선은 부담감을 안았다. 물론 잘 맞은 타구가 잇따라 외야수 정면으로 가면서 당황한 기색도 보였다. 4회 김재환의 1점 홈런 외에는 득점이 나오지 않아 8회까지 1 대 2로 끌려갔다. 6회 김재환의 잘 맞은 타구가 투수 직선타가 돼 더블아웃이 되는 불운도 이어졌다.
결국 대표팀은 1점 차를 뒤집지 못하고 첫 판을 졌다. 물론 인도네시아와 홍콩 등 약체들과 조별리그 예선이 남았지만 금메달 전선에 먹구름이 꼈다. 한국 최고 투수와 포수의 지나친 자신감, 혹은 순간의 방심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연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