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림은 26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주경기장에서 열린 육상 여자 허들 100m 결선에서 13초20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전날 예선 1위로 결선행을 확정했던 정혜림은 인도네시아 자국팬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노바 에밀라(13초33)를 0.13초차로 제쳤다.
이번 대회 한국 육상의 1호 금메달이다. 무엇보다 4년 전 안방에서 단 한 개의 금메달도 없이 대회를 마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한국 육상의 명예 회복을 이끈 귀중한 금메달이다. 인천 대회 당시 정혜림은 결선에서 마지막 허들을 넘다 다리에 걸려 4위에 그쳤다.
“종합대회 메달이 없어 정말 간절했다”는 정혜림은 “긴장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승이다 보니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예선보다 기록이 저조하고 경기 운영도 안 좋았는데 어쨌든 메달 싸움에서 금메달을 따서 기쁘다. 다음에는 한국기록을 깨도록 노력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정혜림은 사실 결선을 하기 전 금메달을 예감하는 꿈을 꿨다. 바로 임신하는 꿈. 정혜림은 “찾아보니까 (임신하는 꿈이) 원하는 걸 이루는 길몽이라고 했다. 좋은 꿈을 꿨다”고 수줍게 소개했다.
사실 정혜림은 결선에 오른 8명 가운데 6위로 대회를 마친 아나스타샤 비노그라도바(카자흐스탄)과 유이한 30대 선수다. 나머지 6명의 선수는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였지만 정혜림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허들 공주’에서 ‘아시아 여제’로 우뚝 섰다.
20대에도 하지 못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30대가 되어 땄다는 취재진의 평가에 “경기 노하우가 생겼다. 일본에 가서 일본 선수들과 경쟁하며 (국제무대의) 두려움을 덜었고, 경기 운영도 나아졌다”고 성숙해진 자신의 금메달 비결을 소개했다.
이번 금메달은 자칫 마침표가 찍힐 수도 있었던 정혜림의 선수 인생을 더욱 늘리는 확실한 계기가 됐다. “나이가 있다 보니 운동을 더 할지 말지 고민했는데 더 하게 될 것 같다”는 정혜림은 “그렇게 되면 도쿄 올림픽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지금보다 나이는 더 먹겠지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확실한 각오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