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배를 탄 '코리아'의 힘 아시아에 널리 알렸다

남북 단일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카누 용선 500m 금메달
국제종합스포츠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의 금메달 획득은 역사상 최초

카누 용선 남북 단일팀. (사진=INASGOC 제공)

한반도기가 국기게양대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 펄럭이고 그 아래 남과 북 선수들이 모여 울려 퍼지는 아리랑을 함께 들으며 따라 부르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남북 카누 단일팀이 이틀 연속 한반도 스포츠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변은정, 최유승, 김현희, 조민지, 이예린, 장현정, 강초희 등 남측 선수 7명과 정예성, 허수정, 차은영, 차은경, 현재찬 등 북측 선수 5명으로 구성된 카누 단일팀은 26일 인도네시아 팔렘방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카누 여자 용선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남북 단일팀은 여자 용선 500m 결선에서 2분24초788을 기록해 중국을 0.304초 차로 따돌리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동메달은 태국에게 돌아갔다.

남북 카누 단일팀은 지난 25일 카누 용선 여자 2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남과 북 선수들로 구성된 단일팀이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메달을 따낸 최초의 업적이었다.

메달 획득으로 자신감이 한껏 고조된 단일팀 선수들은 다음날로 예정된 주종목 여자 용선 500m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고 목표를 이뤘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 단체전과 올해 대전 코라이오픈 국제탁구대회 혼합복식에서 남북 단일팀이 우승한 경우는 있었다. 남북 단일팀이 국제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북 카누 선수들은 지난달 30일 진천선수촌에서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대회를 준비하기까지 20일 남짓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북측에서 내려온 선수들은 대부분 일반 카누 선수들로 용선을 처음 접한 선수들이 많았다. 한달도 안 되는 짧은 준비 기간에 호흡을 맞춰 국제대회 메달권에 입상한다는 건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하지만 남북 단일팀 선수들의 분위기는 첫 만남부터 좋았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서로 기념 촬영을 했고 북측 선수들은 노랗게 염색한 남측 선수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신기하다는듯 웃기도 했다.

단일팀 선수들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반드시 해내겠다는 강인한 의지로 의기투합했다.

남측의 강근영 감독은 "선수들이 새벽 4시부터 밤 8시 반까지 웨이트 트레이닝과 수상 훈련 등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북측 김광철 감독도 "40도가 넘는 뜨거운 열풍 속에서도 북과 남의 선수들의 사기가 대단히 높았다"고 전했다.

'코리아'의 새 역사를 쓴 남북 카누 단일팀 선수들을 향한 외국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용선이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단일팀으로 참가할 의사가 있느냐는 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북측 허수정은 "우리는 언제나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장내에 뜨거운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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