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양궁 여자 리커브 단체전 8강에서 대결한 25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양궁장.
긴장감이 감돌았던 여느 경기와 달리 남과 북이 함께 발사선에 오른 이 경기는 유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결과는 세트 승점 6대0 한국의 승리. 하지만 승패를 떠나 오랜만에 열린 단체전 남북 대결이라는 점에서 서로가 밝은 분위기에서 경기했다.
양궁 종목 특성상 발사선을 제외한 대기선의 코칭스태프가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경우는 흔하다. 특히 남녀를 불문하고 한국이 세계 최강인 데다 한국 출신 지도자가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만큼 중국이나 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와 한국 선수단이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경우는 자주 있다.
그러나 오랜만에 맞대결을 펼치는 남과 북마저도 나란히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은 흥미로웠다.
경기 후 북한 선수단 관계자와 잠시 대화를 나눴던 김성훈 총감독은 “북한이 ‘금메달 따라’고 했다”면서 “자기들이 우리를 못 이기는 것을 안다. 북측 선수들도 남측 선수와 경기하는 게 의미가 남다르니까 같이 경기를 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양궁에서 단체전의 남북대결은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의 일이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매년 1, 2번은 만나는 만큼 서로의 안부를 물을 만큼 가까운 사이다.
덕분에 북한 선수단은 김성훈 감독에게 민감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스스럼없이 묻는다. 김성훈 감독은 “아무래도 북한이 수준이 떨어지다 보니 활을 가져와 장비를 세팅하는 방법을 물으러 온다. 뭐가 잘못됐는데 왜 그런지 물으러 온다”면서 “자존심 같은 건 없다”고 활짝 웃었다.
그래서였을까. 남과 북의 여자 선수들이 리커브 단체전 경기를 하는 동안 대기선에 있던 남자 선수들은 나란히 서서 발사선에 있는 동료를 응원했다. 한국 선수들은 “파이팅”이라고 힘을 불어넣었고, 북한 선수들은 “좋다”고 표현은 달랐지만 동료를 응원하는 마음만큼은 같았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서로가 인사를 나누며 남북을 가리지 않고 “잘 싸웠다”고 격려했다. 또 8강전에서 한국의 승리를 알리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에 북한 선수들이 박수를 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싸움(戰)은 있었지만 다툼(爭)은 없었던 남과 북의 대결은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사상 처음으로 여자 개인전 금, 은메달을 따지 못하는 등 아시안게임 출전 역사상 가장 부진한 성적에 그친 한국 여자 양궁은 북한의 응원과 함께 27일 대만과 여자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첫 메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