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설치기사 추락사, 왜 산재가 안될까?

위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에어컨 설치기사 A씨는 지난 7월 아파트 실외기 수리를 나갔다가 4층 높이에서 추락했다.

실외기의 지지대가 파손된 것이다. 추락 직후 곧장 병원에 이송됐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는 12일 만에 결국 숨졌다.

유족들은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산업재해 ‘보장범위’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에어컨 설치 직종은 비용절감을 이유로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는 사업구조다. 숨진 A씨의 경우도 가전제품판매업체에게 하청을 받은 업체의 하청업체 즉 재하청업체에서 일했다.

다른 설치기사처럼 그 역시 재하청업체와 정식 근로계약도 맺지 않은 채 용역계약 형식으로 일했다.


용역계약 형태는 일반적 근로자가 사업자와 맺는 근로계약과는 달리 업체 소속이 아니라 개인사업자의 형태로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맺는다.

A씨를 비롯한 에어컨설치기사의 고용형태 구조도 (사진=자료사진)
따라서 4대보험 및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는 권리를 보장 받지 못한다.

성공회대 한울노동연구소장 하종강 교수는 "하청업체들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는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근로자와 용역계약을 맺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록 재하청업체와 용역계약을 형태로 근로를 했어도 재하청업체에게 실질적으로 업무지시를 받는 경우 또 업무수행상 징계규정이 있는 경우라면 일반 근로 계약으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측 노무사는 "A씨가 업무상 지시를 받았으나 계약서상 업무 수행에 따라 징계를 받는 다거나 명확하게 출퇴근을 한 근로자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산업안전 보호대상에 포함하고 영세자영업자 소속근로자 등 취약계층도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적용대상을 늘렸다.

하지만 열악하고 위험한 근로환경에 노출돼 있는 에어컨 설치기사들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이 같은 정책도 무용지물이다.

또 다른 에어컨 설치기사 C씨는 "업계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설치기사들은 위험한 근로환경에 노출돼 있는 걸 알면서도 생업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며 "우리가 저항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을 것 같아 다들 체념한 상황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재하청업체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A씨의 원청인 가전제품판매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직고용한 근로자는 아니지만 하청업체의 근로자가 사망한 것이니 도의적인 책임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법적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A씨 유족은 "이렇게 황망하게 죽은 것도 억울한데 산업재해 조차 적용받지 못한다 세상 천지에 이런 경우가 어디있냐"며 울먹거렸다.

한편, 지난해 발표한 안전보건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 사고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재해 유형은 추락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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