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9월 30일을 시한으로 한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와 유럽(프랑스, 독일, 핀란드, 영국 등), 남아메리카(브라질, 멕시코, 페루 등), 미국을 뺀 북미·오세아니지역(캐나다, 호주 등)에서 선택된 33개 국가에서 신규 구독자와 구독 기간이 소멸돼 재구독이 필요한 이용자에게 아이튠즈 결제 외에 넷플릭스에 직접 결제할 수 있는 모바일 웹페이지를 제공한다.
넷플릭스는 앞서 지난 5월부터 구글 플레이 앱내 결제 대신 넷플릭스 모바일 웹페이지에서 직접 결제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포트나이트' 안드로이드 모바일 정식버전 출시를 앞두고 구글 플레이가 아닌 직접 APK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베타버전은 이미 APK 설치를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포트나이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구글 플레이가 아닌 에픽게임즈가 제공하는 웹 APK 파일 다운로드 링크를 이용해야 한다. 앱내 아이템 결제도 에픽게임즈가 별도로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게 된다. PC에서 퍼블리셔 사이트에 접속해 게임을 설치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는 더 적극적인 방법을 내세웠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부과가 부당하다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스포티파이는 앱스토어에서 스포티파이 앱을 자유롭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대신 광고가 없는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자사 웹사이트에서 직접 신규 등록을 하도록 설정을 변경했다. 애플에 반기를 든 스포티파이는 애플뮤직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최근 이같은 분위기는 애플과 구글로 통하는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양대 앱마켓에서 모바일 수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최대 30%에 달하는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누적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8년 모바일 앱마켓을 론칭한 애플과 구글은 곧 수백만 명의 개발자가 만들어낸 앱을 수십억에 달하는 스마트폰 사용자와 결합시키며 강력한 시장으로 성장시켰다. 그 대가로 독립 개발자와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서 걷워들인 수익의 30%를 가져간다. 극히 일부는 수수료 협상을 통해 14~15%까지 낮춰준 경우도 있지만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820억달러(약 92조원)의 매출을 기록한 앱 시장은 2022년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해 1570억달러(약 177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 구글이 이를 견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데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시장의 모바일 퍼스트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스마트폰 앱의 고객 도달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최근 애플과 구글이 혁신이나 성장 지원 정책보다 앱 개발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취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앱에 대한 간섭도 증가했다.
글로벌 PC 게임 유통 플랫폼인 스팀(Steam)은 자사 플랫폼에서 이용하던 게임을 아이폰 등 모바일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앱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애플이 이 앱을 차단했다.
에픽게임즈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팀 스위니 대표는 구글 플레이 유통을 포기한 이유에 대해 "앱 마켓 수수료 30%는 게임 개발과 운영 및 지원을 해야 하는 개발자 입장에서 부담해야 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용"이라며 "중개 유통업자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비판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3월 포트나이트 앱스토어 출시 이후 현재까지 약 2억달러(약 2240억원)의 수익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는 포트나이트 출시로 애플이 1억3500만달러(약 1513억원)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반면, 구글은 구글 플레이 미출시로 최소 5천만달러(약 560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놓칠 것으로 예상했다.
에픽게임즈는 이달 초 자사의 언리얼 엔진 마켓 수익비율을 70:30에서 88:12로 파격적인 수준으로 바꾸고 개발자의 이익 실현이 곧 좋은 제품으로 이어진다며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양대 마켓 전체 수익의 70~80%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업계는 에픽게임즈의 '탈(脫) 구글' 정책이 향후 구글과 애플 중심의 앱 유통 구조에 변화를 줄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에픽게임즈와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가입자 수가 1억 명을 넘어서 매월 수백억~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공룡 콘텐츠 기업이 아닌 이상에야 이들 양대 마켓과의 힘겨루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앱 분석 업체 앱 애니의 다니엘 레비타스 연구분석 총괄 부사장은 "이러한 강력한 유통 채널을 건너 뛰는 것은 대부분의 퍼블리셔에게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에픽게임즈처럼 앱을 웹에서 직접 유통하는 게임 개발사는 거의 없다. APK는 대부분 유료 앱 결제를 회피하려는 해적판이나 비공식적인 루트의 앱을 설치하려는 일부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글로벌 게임사인 일렉트로닉 아츠(EA)나 글루 모바일(Glu Mobile) 등은 현재의 유통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매출을 견인하며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도 에픽게임즈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겠다는 곳은 없다.
또다른 게임업체 관계자도 "매출이 높아질수록 수수료 비용도 함께 올라가다보니 지속성장에 장애요인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해외 기업들의 행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이통사와 네이버 등이 만든 국산 앱마켓 원스토어도 최근 수수료를 30%에서 20%까지 낮췄지만 글로벌 진출과 유통이 자유로운 글로벌 앱마켓 만큼의 인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탈 구글·애플' 시도는 콘텐츠 공룡 기업들을 중심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고속성장을 이어온 이들 플랫폼 서비스가 시장 성숙으로 추가 가입자 확보가 더딘 상황에서 수익모델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수수료율을 절반으로 낮춘 사례들도 있다.
구글이나 애플 입장에서도 매달 수백원을 벌어들이는 '노른자 개발자'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빠져나가도록 방치하는 것보다 수익이 줄더라도 지속적인 수익원으로 남는 것이 이득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막강한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보유한 구글과 애플에 대한 항구적 '탈 구글·애플' 정책이라기보다는 수수료 인하 압박을 위한 '전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 70:30의 관행적인 수익배분 구조가 10년간 이어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데다 수억 명의 사용자와 광고 등 막대한 매출원을 확보하면서 협상력에 균형을 이뤘다는 자신감이 커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