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났다. 당초 제 19호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결항이 예상됐지만 북상 속도가 늦어 다행히 예정대로 5시15분 이륙할 전망이다.
대표팀은 지난 18일 소집해 휴식일인 20일을 제외하고 4일 동안 훈련을 소화했다. 전술보다는 KBO 리그 일정을 치르느라 지친 컨디션 회복에 중점을 뒀다.
당초 대표팀은 지난 6월 최종 명단 발표부터 논란이 됐다. 올 시즌을 마치고 일반병으로 입대해야 하는 28살 동갑내기 오지환(LG), 박해민(삼성)의 선발이 불씨가 됐다.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넥센)와 국내 다승 1위를 달리던 최원태(넥센), 불펜으로 빼어난 성적을 내던 심창민(삼성) 등이 빠진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팬들이 있었다.
이달 일부 선수들을 교체하긴 했다.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는 박건우(두산), 차우찬, 정찬헌(이상 LG)을 빼고 이정후와 최원태, 장필준(삼성)을 발탁했다. 그러나 오지환, 박해민은 이런 사유에 해당되지 않아 그대로 남았고, 논란도 남았다.
무조건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잖다. 한국과 우승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과 대만은 전력상 아래도 평가된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출전하고, 대만도 프로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상황과 병역 논란까지 겹쳐 선수들은 출국하는 마음이 가볍지는 않다.
주장 김현수(LG)는 이날 출국에 앞서 "솔직히 부담은 많이 있다"면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어 "시작도 하기 전에 욕도 많이 먹었다"면서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금메달이라는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한국 야구는 2006년 도하 참사를 겪은 바 있다. 당시 대회에서 일본, 대만에 잇따라 덜미를 잡혀 동메달에 머물렀다. 당시도 전력상 우위에 있었지만 마운드와 공인구 등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의외의 일격을 당했다. 공은 둥글기 때문에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게 야구다.
이날 출국한 대표팀은 24, 25일 현지 적응 훈련을 소화한 뒤 26일 대만과 B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 나선다. 이후 홍콩, 인도네시아와 예선을 거쳐 슈퍼라운드, 결승을 치른다. 과연 논란 속에 출국한 선동열 호가 부담을 이겨내고 낭보를 전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