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일시 : 2018년 8월 23일(목) 오후 5시 5분
■ 진행자 : 류도성 아나운서
■ 대담자 : 시사칼럼니스트 고재일
◆ 고재일> 저희가 지난 두 차례에 걸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개념에서 출발해서 실제 산업에서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와 최근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점 등에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범위를 보다 축소시켜서 원희룡 제주지사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블록체인 특구가 도대체 무엇인지, 어떤 것이 기대되고 또는 우려가 되는지에 대해 정리해보는 시간 가져보겠습니다.
◇ 류도성> 네, 그렇죠. 사실 많은 도민들께서 블록체인 특구라는 단어를 요즘 들어 많이 접하기는 하는데, 이게 무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와 닿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일단 추진 과정부터 좀 정리해주실까요?
◆ 고재일> 제주도가 지난 4월 발족한 4차 산업 혁명위원회라는 곳이 있는데요. 지난 6월 8일 위원회 내 블록체인 산업 성장 촉진 소위원회라는 것이 구성돼 본격 논의가 시작됩니다. 소위원회는 국제자유도시 모델과 지역혁신성장특구 등과의 연계 방안을 검토하고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을 벤치마킹하는 한편 네거티브 규제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출범했는데요.
내년까지 제주특별법 제7차 제도개선 사항에 이런 내용들을 반영해 제출하도록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이전에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만, 6월 8일은 원희룡 도지사가 후보 시절 블록체인 특구 관련 공약을 발표한 시점과 동일합니다.
선거 과정에서 당시 원 후보의 공약이 나오면 제주도가 비슷한 정책 발표를 이어가며 좀 논란이 있었는데, 블록체인도 비슷한 과정으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제주도가 블록체인 특구를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가장 대표적인 논리는 바로 제주특별법이 정의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입니다.
아시겠지만 국제자유도시하면 사람과 상품, 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를 말하거든요. 블록체인 특구를 지정해 이것을 실현시키겠다는 목표입니다.
◇ 류도성> 현재 국내에서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여러 가지 제도들이 금지되어 있다고 설명하셨었잖아요? 일단 정부가 제주도의 건의사항을 수용해야 하는 것 같은데요. 제도개선의 범위가 이때까지와는 차원이 좀 다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지금까지의 제도개선이 주로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수준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이번에 담길 블록체인 특구 조성과 관련한 제도개선은 단순 권한이양이 아닌 '1국 2체제'수준의 제도개선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때문에 제주도는 블록체인 특구에 대해 단순한 규제완화가 아닌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기준 신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잠깐 부연설명을 드리자면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라 하는 것은 '이것 이것 빼고는 다 해도 돼'와 같이 가급적 많은 것을 허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제주도는 이를 통해 국제 수준의 암호화폐 가이드라인 제정 및 운영과 국내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의 제주 활동 보장, 지역 혁신성장 특구 제도와의 연계, 제주 블록체인 암호화폐 전담 기구 신설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 류도성> 솔직히 일반 도민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설명만 듣고는 제주도가 블록체인 특구를 조성해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데요?
◆ 고재일> 네, 맞습니다. 그렇게 느끼시는 것이 당연할 겁니다. 사실 블록체인 특구 조성에 대해 여태까지 제주도가 도민 사회에 청사진을 제시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제주도의 추진 계획을 좀 들여다보니까 눈에 띄는 대목이 있어서 좀 소개해드리려고 하는데요.
크게 '암호화폐 거래소의 거래를 제주 지역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암호화폐 발행을 통한 블록체인 기업의 자금조달 방식인 ico 역시 제주에서만 허용'하자는 겁니다.
◆ 고재일> 네, 맞습니다. 거래소와 ico 활성화로 제주를 블록체인 생태계의 허브로 만들어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 원희룡 도지사와 제주도의 계획입니다.
◇ 류도성> 물론 블록체인 특구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보기에는 썩 나쁘지 않은 장밋빛 전망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 있지 않겠습니까?
◆ 고재일> 네, 그렇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설명을 드리면서, 블록체인은 일종의 컴퓨팅기술이고,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으로 파생되는 보상책 가운데 하나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기술적으로는 가능성이 높지만 보상책으로 지급되는 암호화폐로 인해 사기 등 각종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어떻게 보면 칼의 양날과도 같은 건데요. 사실 이 두 가지를 가지고 지금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는 서로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말이죠.
정부가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인정하지만 암호화폐의 부작용을 우려해 아직까지는 규제에 방점을 둔 반면, 원희룡 지사와 제주도는 이 두개를 불가분의 관계로 보고 어느 정도 위험 감수가 필요하다는 시각입니다. 규제를 마련해 부작용을 보완하겠다는 것인데요.
아직까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와 관련해서 어느 정도의 위험이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사항에서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고요. 정부가 제주도의 요구를 수용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 류도성> 그래도 블록체인 특구를 활용해 많은 관련 기업들이 유입하게 되면 일단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 고재일> 네, 분명 그런 시각도 있을 겁니다. 어떻게 보자면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통해 원 지사는 자신의 1호 공약인 '청년 일자리 1만개' 창출을 견인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현재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붐을 예전 1990년대와 2000년대 일었던 '닷컴 버블'과 유사하게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당시 몇몇 인터넷 기업들은 자신의 기술을 시장에 잘 접목해 크게 성장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는 극히 일부였고 상당수 기업들이 이름도 모르게 사라졌죠. 과거 '네트워크'니 '데이터'니 '벤처'나 '바이오'니 하는 단어가 포함된 회사들이 엄청 많았는데, 요즘에는 '블록체인'이나 'OO코인'같은 회사들이 넘쳐나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 키멘슨이나 모뉴엘, 온코퍼레이션 등과 같이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며 제주에 이전한 기업인데, 알고 보니 문제가 있더라 해서 문을 닫은 곳도 많거든요. 시장 초기인 블록체인 이전 기업의 옥석을 가리기가 매우 어려울 겁니다.
◇ 류도성> 그 밖에 마지막으로 짚어주실 내용이 있으시다면?
◆ 고재일> 네, 사실 암호화폐 시장이 갖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화폐라고 불리기에는 기능이나 가치 변동이 워낙 심각한 것은 물론이고요.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의 경우 2100만개인 화폐 발행 규모로 멜트다운(melt down), 즉 시스템 붕괴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때문에 올해 초 BIS 국제결재은행 카르스텐스 총장은 "비트코인은 거품과 폰지 사기, 환경 재앙의 결합이다"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는데요. 지금까지 이 내용을 취재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겁니다. 어쩌면 도민 사회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그에 따른 생활모습까지 바꿀 수 있는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공론화 과정이 미흡했다는 점인데요.
이게 앞으로 좋은 미래산업이라는 일방적인 논리로 무조건 밀어붙이기 보다는 도민사회의 보다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예상되는 문제점은 없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절차가 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 류도성> 알겠습니다. 오늘 내용은 여기까지 듣고요. 앞으로도 블록체인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이 있으면 좀 자세히 전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고재일 시사칼럼니스트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