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친 한국은 또다시 변화를 택했다. 신태용 감독과 작별하고 포르투갈 출신의 파울루 벤투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이번 감독 선임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9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기록을 달성한 한국이지만 정작 월드컵 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의 맹주'라는 단어도 어울리지 않을 경기력을 보여준 탓이기도 하다.
이란과 일본 등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의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 반면 한국의 경기력은 정체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역시 한국 축구의 위기를 인지하고 유능한 감독 모시기에 총력을 다했다. 그리고 벤투 감독 선임까지 이르렀다.
팬들의 기대 속에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 그는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축구의 변화와 발전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벤투 감독은 23일 경기도 고양시 엠블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일궈냈기 때문에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당연하다. 많은 감독이 거쳐 간 것도 알고 있다"면서 "오늘날 축구는 결과만 따기지 때문에 감독이 느끼는 압박감은 매우 높다. 하지만 우리는 장기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한국 축구의 발전 역시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남은 시간은 4년여 남짓. 벤투 감독은 이 기간에 팀의 정체성을 찾아 분명한 팀 컬러를 구축할 방침이다.
그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팀의 정체성 찾기에 노력할 것"이라며 "공을 점유하면서 경기를 지배해 최대한 많은 득점을 기록하는 축구를 펼치고 싶다. 대표팀이 항상 야망을 품고 경기에 임하는 팀이었으면 좋겠다. 90분간 끊임없이 뛰며 우리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4년 농사에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어린 선수 발굴도 녹아있었다. 벤투 감독은 "이번 프로젝트는 4년 동안 진행될 것이다. 월드컵 최종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지만 젊은 선수를 발굴하는 것 역시 나의 역할이다"라며 "대표팀의 주축이 될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연령별 감독들과 교류를 통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겠다"고 말했다.
"기대해도 좋다"는 말은 남긴 벤투 감독. 과연 그가 한국 축구에 어떠한 변화를 안겨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