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 나체로 중국 예술계 흔든 마류밍, 회화로 돌아오다

마류밍 최신 회화작품 전시, 퍼포먼스 정신 화폭에 담아

(사진=조은정 기자/노컷뉴스)
90년대 중국에서는 행위예술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톈안먼 사태를 겪으면서 예술가들의 자유는 억압되기 일쑤였다.

스무살 때인 1989년부터 본격적인 퍼포먼스를 벌였던 마류밍(馬六明)은 중국 예술계의 이단아였다. 마류밍은 수면제를 먹은 몽롱한 상태로 여장을 한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거리로 나섰다. 자신의 분신인 '펀·마류밍'으로 변신해 신체의 해방과 표현의 자유를 온몸으로 외친 것이다.

보수적인 중국 사회는 그의 예술관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94년도에는 나체 퍼포먼스 도중 중국 공안에 체포돼 2개월동안 유치장 신세를 져야 했다.

그러나 숱한 역경을 딛고 전세계를 순회하며 각종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현재는 중국 미술사에 남는 거장이 됐다.


마류밍은 2004년 여장 퍼포먼스를 마무리했다. 살집이 오르고 나이가 들자 자신의 분신인 '펀·마류밍'을 영원히 젊고 아름다운 상태로 남기기 위함이었다.

이후 마류밍은 회화 작업에 보다 집중했다. 퍼포먼스의 저항 정신을 캔버스로 옮겨왔다. 나이프를 이용해 물감을 덧칠하거나 성긴 캔버스 뒷면에 물감을 밀어내는 독특한 회화 기법으로 특유의 거친 질감을 만들어냈다.

(사진=조은정 기자/노컷뉴스)
(사진=조은정 기자/노컷뉴스)
서울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마류밍의 개인전 <행위의 축적>에서는 그의 최신 회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불규칙한 윤곽과 어두운 색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반수면 상태로 관객들을 바라보던 펀·마류밍의 심리 상태를 엿보는 듯 하다.

4년 만에 한국을 찾은 나체의 마류밍은 최신 회화 작품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행위 예술이 끝나고 나면 공허한 느낌이 들었다. 항상 수면제를 먹고 반수면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관객들과 소통했는지도 잘 기억하지 못했고, 모니터링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퍼포먼스가 끝나고 난 뒤에 느꼈던 고독감과 예술적 고뇌를 화폭에 담았다."

전시는 오는 9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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