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상봉장에 울려퍼진 합창 릴레이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 날인 21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 참가한 가족들이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혈육의 정을 나누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1일 오후 금강산 호텔에서 진행된 단체상봉에서도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단체상봉이 한참 진행중일때 갑자기 86번 테이블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가 들려왔다. 테이블에 앉은 남북의 가족들이 노래를 합창하자 이번에는 84번 테이블에서 '고향의 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85번 테이블에서는 아예 여러곡의 노래가 이어졌다.

북측 조카들이 먼저 '심장에 남은 사람' 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남측 가족인 최기호(83)·최양길(78) 할아버지가 따라 부르지 못하자 '고향의 봄'과 '찔레꽃', '반갑습니다'를 연달아 합창했다.

최기호 할아버지는 '찔레꽃'을 부를 때 '내 고향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눈물 흘리며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잊을 동무여'라는 가사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남북의 가족들은 노래를 부르는 내내 서로 눈을 쳐다보며 손을 꼭 붙잡았다. 흥겨운 '반갑습니다'를 부를때는 북측 조카들이 일어나서 춤사위를 선보이고, 남측의 최양길 할아버지도 따라 일어나 손을 잡고 환하게 웃으며 함께 춤을 추었다.

오후 4시 50분. "집체(단체)상봉 종료 10분 전입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북측 가족들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다과들을 남측 가족들에게 챙겨주었다.

남북의 가족들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오후 5시 "집체상봉을 종료합니다. 북측 가족들은 자리에서 남측 가족들이 버스를 타고 가는 걸 배웅하십시오"라는 방송이 나오자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북측 가족들은 허망한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남측 가족들이 모두 나간 후에 자리를 떴다.

한편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이날 단체상봉장을 찾아 각 테이블을 돌며 가족들을 격려했다.

박 회장은 헤어짐이 아쉬운 이산가족들을 위로하면서 "이제 다른 방법으로 만나야 하니깐 울면 안된다. 다른 형식으로 해서 계속 만나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