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녁 정 이사장은 "오늘 부로 자진사퇴하겠다"며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혁신위가 협회를 잘 이끌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가 블랙리스트 사태 이후 연극계의 대표 역할을 하지 못해왔다"며 "최근 늘푸른연극제 지원금(문예진흥기금)이 지급되지 않는 등 협회 운영의 난맥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전했다.
앞서 17일 열린 협회 정기이사회에서 이사들은 이사장 조기선거를 진행하는 것을 만장일치(기권 1명)로 의결하고, 정 이사장에게 수용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사회는 정 이사장의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 2018 대한민국연극제 심사 배제 사건'과 함께 '2016~17년도 문예진흥기금 미정산으로 인한 '늘푸른연극제문제'의 문예진흥기금 지원 중단 사태'를 문제 삼고 이같이 의결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수용하는 게 아닌,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이사회의 의결을 수용하면 사실상 탄핵을 당하는 거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협회 새 이사장 선거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11~12월쯤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서 범 연극인 모임인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블랙타파) 정 이사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그를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으로 형사고발한 바 있다.
블랙타파가 밝힌 정 이사장에 대한 고발내용은 ▲2014년 3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배제(책임심의위원 블랙리스트 방조) ▲2015년 문예기금 등 공모 사업에서 블랙리스트 실행 방조 ▲2016년 소외계층순회사업에서 블랙리스트 실행 방조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선거 협조 요청 등이다.
또한 정 이사장은 최근 폐막한 2018 대한민국연극제에서 강원도 대표인 극단 소울시어터의 연극 '만주전선'에 대한 심사 배제를 통보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울러 협회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로부터 문예진흥기금 2016~17년도 문예진흥기금을 지원받고도 총 14억여 원을 미정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도 사업 1건(2억여 원), 2017년도 사업 4건(12억여 원)이 정산되지 않았다.
문예위 측은 국고보조금법에 따라 현재 협회가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대한 2018년도 문예진흥기금 12억 8200만원 중 잔액 6억 8200만원의 집행을 중단했다.
정 이사장이 물러나기로 하면서, 그동안 진행되지 못한 한국연극협회의 혁신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협회 이사회 관계자는 "정 이사장이 이사회 의결을 수용하는 즉시 혁신위를 출범해 8월 말까지 정산 문제를 정리하고, 협회 혁신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려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