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0분 쉬게 하더라고요. 그 날 폭염 때문에 새벽에도 기온이 33도였나. 물이 다 떨어져서 물 떠오겠다는데 자리 이탈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결국 일 끝나고 위액까지 다 토했어요."
A씨가 근무한 택배 물류센터는 지난 6일 대학생 김모(23)씨가 감전사고를 당한 사업장이다.
해당 물류센터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20대들은 CBS 취재진에게 열악한 택배 물류센터의 노동 환경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놨다.
레일에 서서 지역별로 택배를 분류했던 A씨는 "회사도 사람이 쓰러지면 곤란하니까 탈진이 덜 온다며 알약 두개의 포도당을 준다"며 "6~7시간 정도 일했을 때 너무 힘이 들어 좀 쉬면 안 되냐고 했더니 이탈하지 말라고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힘드니까 일은 계속 더뎌지는데 공식적인 쉬는 시간 없이 계속 몰아붙였다"며 "상차 경우엔 트럭이 가면 잠시 쉬는데 분류 업무는 딱히 그런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얼음물 하나 받은 게 전부였다"며 "일 시작하기 한 시간 전에 저녁을 먹고 나선 한 끼도 안 먹는데 화장실 한 번도 안 갔다. 다 땀으로 나왔다"고 토로했다.
A씨는 "상자를 옮길 때마다 가루가 날려서 숨이 매우 답답한 느낌을 받았다. 호흡기에 안 좋을 것 같다"라고도 했다.
3개의 레일마다 대형 선풍기 하나만 설치돼 바람이 전혀 오지 않는 곳도 허다했다고 A씨는 지적했다.
최근 해당 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B(22)씨 역시 "일하다가 화가 나서 도망쳤다"고 말했다.
B씨는 "다른 레일로 택배를 넘기는 업무를 했는데 레일에 택배가 넘쳐서 다 쓰러지고 죽을 뻔했다"며 "X처럼 뛰어다니고 심장이 터질까 봐 도망쳤다"고 했다.
또 다른 노동자 C(21)씨는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진 사람도 봤다"며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보면 탈진이 일어날 수 있고, 원래는 쉬는 시간 같은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의 12시간씩 일을 하는데 한가할 때 잠시 틈내서 쉬는 것"이라며 "그런데 지난 3일부터 오전 12시부터 30분간 쉬는 시간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이번 쉬는 시간은 다른 지역의 물류센터에서 사람이 쓰러진 일이 발생한 뒤에 생긴 것으로 안다고 C씨는 전했다.
◇"안전 교육 없었다", "부실하다" 주장도
A씨는 "레일에서 레일 넘어다니지 말아라, 손 넣지 말아라 5분가량 이런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이번 사고처럼 전기 관련한 안전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안전사고에 대한 세부 내용을 교육하지도 않으면서 사고가 나자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는 답변을 내놓는 회사에서 더 이상 근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B씨는 "안전교육 같은 건 안해준다"며 "신규자들은 등록 때문에 두시간정도 일찍 오라 하지만, 교육은 없다. 시간되면 현장 들어가서 대충 알려주고 일을 시킨다"고 강조했다.
C씨는 "레일에 올라가지 마라, 다른 거 안 들어가게 오분류 주의해라 정도의 이야기를 들었다"면서도 "(사고 발생 대처에 대한) 안전교육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일 시작할 때 주의할 점을 철저히 상세히 이야기해줘야 한다. 지금 정도의 안전교육은 적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열악한 노동 환경 실태나 부실한 안전교육이 비단 해당 택배 물류센터 사업장만의 문제일까.
택배 아르바이트의 강도 높고 열악한 작업 환경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민주평화당도 김형구 부대변인 구두 논평을 통해 “이번 사고가 열악한 작업 환경과 관리 소홀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닌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앞서 지난 6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대학생 김씨는 감전사고를 당한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10일 만에 끝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