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내고 싶다. 내가 서울에서 동생 이름 부를게~"

이산가족들 21일 오후 단체상봉에서 다시 이야기꽃 피워
강화자 할머니, 컨디션 좋지않다 단체상봉 포기
22일 오전 작별상봉과 공동중식 끝으로 오후 1시쯤 다시 이별해야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 상봉 행사에서 남북 이산가족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21일 남북 이산가족들은 오전 개별상봉에 이어 금강산 호텔에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단체 상봉을 통해 못다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제(20일) 상봉 첫날에는 어색해하며 그냥 마주보며 앉았던 남북의 가족들은 개별상봉 시간에 많이 친해진 듯 섞여 앉아 담소를 나눴다. 북측 가족들의 표정과 움직임이 훨씬 자연스러워졌고 목소리도 커졌다. 서로 존대말을 하다가 나이순으로 반발도 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금섬(92) 할머니는 단체상봉장에 도착하자 마자 북측 아들(리상철·71)의 목을 끌어안았고, 귀속말로 소곤소곤 이야기하기도 했다.

북측 조카들을 만난 김병선(90) 할아버지는 이날 객실에서 도시락을 먹으면서 (북측의)막내 남동생이 의과대학을 졸업해서 어머니를 끝까지 모셨다고 하는 소식을 들어서 정말 기뻐했다고, 동행한 아들 김태완(60)씨가 전했다. 김씨는 "북한의 가족분들 사진을 보고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자꾸 보다보니 느낌이 온다. 두번 세번 보니 가족이구나 싶다"고 말했다.

남측의 오빠(신재천·92)가 상봉장에 나타나지 않자 북측 여동생(신금순·70)은 입구쪽을 한참동안 쳐다봤다. 오빠가 다른 가족들에 비해 늦은 오후 3시 10분쯤 나타나자 "들어온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신 할아버지는 북측 여동생에게 "내가 업고 다닌 동생"이라며 "내가 그래도 여기 올라와서 너를 보니 마음이 한결편하다"고 말했다.

차제근(84) 할아버지는 북측 동생(차제훈·76)에게 내가 버리고 나와서 항상 죄책감에 가슴이 아팠다. 형으로서 동생을 버리고 나만 살겠다고 나와서 미안하다"며 계속 미안한 마음을 표시했다. 이에 동생은 그런 형의 무릎을 매만지며 "아이고 뭐가 미안해요"라며 위로했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 상봉 행사에서 남측 김혜자(75) 할머니와 북측 조카 김성일(43)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일부 가족들은 내일(22일) 이별해야 할 것을 걱정하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북측 남동생(김은하·75)을 만난 김혜자(75) 할머니가 "볼 시간도 얼마 안남았네. 지금까지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같이 있고 싶다. 안보내고 싶다“고 하자 동생은 ”내일 아침이 또 있지 않습니까"라고 위로했다.

김 할머니는 "내가 서울에서 은하야!하고 부를게”라고 했고, 동생은 “그럼 제가 네~할게요"라고 말해 테이블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북측 동생 박삼동(68)씨는 단체상봉을 앞두고 북측이 제공한 선물봉지 속에서 캔 커피를 꺼내 남측의 형(박기동·82)에게 건넸다.

박기동 할아버지는 상봉 이틀째를 맞아 북측 남동생과 여동생과 활기차게 대화를 이어갔지만 이내 만날 수 있는 시간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박 할아버지는 "60여년만에 만나 반갑지만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안됐다"며 "기약이 없다"고 말했다. 남측 여동생 박선녀(74)씨도 "이제 헤어지면 언제 만날지 기약이 없다. 평화가 빨리 이뤄져야 하는데 담이 너무 높다"고 말했다.

북측 언니(배순복·87)와 여동생(배순영·75)을 만난 배순희(82) 할머니는 북측이 선물한 과자의 껍질을 까서 나눠 먹었다. 배 할머니는 "70여년만에 만났으니 못다한 얘기를 더 나누고 싶다"며 "어제, 오늘 한 얘기도 또 하고 싶다"고 간절함을 드러냈다.

김병오(88) 할아버지도 북측 여동생(김순옥·81)에게 과자를 까서 직접 먹여주면서 "우리 여동생 예쁘지 않냐"며 연신 자랑을 했다.

북측 딸(유연옥·67)을 만난 유관식(89) 할아버지 가족들은 오전 개별상봉 때 북측 가족이 유 할아버지에게 한복을 입고 노래를 불러드리는 영상을 다시 돌려보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북측 형수(정공주·81)와 조카(김학수·56)를 만난 김종삼(79) 할아버지는 "인민군 간 형님의 병과와 생년월일을 기억하는 데 딱 맞았다"며 가족임을 다시한번 확인했고, 조카 역시 "우리 아버지 뒤통수에 혹이 있었는데 그걸 알고 계시더라"고 말했다.

한편 남측 강화자(90) 할머니는 이날 오후들어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단체 상봉을 포기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강 할머니는 오전 개별상봉과 객실중식때는 북측 조카들과 함께 단란을 시간을 보냈다. 강 할머니의 단체상봉 포기 소식이 북측에 통보되면서 북측 가족도 참석하지 않았다.

또 김달인(92) 할아버지와 한신자(99) 할머니가 피로가 누적되면서 단체상봉장에 나오지 못해 북측 가족들이 아쉬움을 표시했다.

단체상봉을 끝으로 이날 공식일정은 마무리됐다.

남측 이산가족들은 22일 오전 작별상봉과 공동 중식을 끝으로 오후 1시쯤 북측 가족들과 헤어져 남쪽으로 돌아와야 한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