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키르기스스탄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예선 E조 3차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2승1패를 기록한 한국은 말레이시아(2승1패.이상 승점6)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말레이시아와 조별예선 2차전에서 1-2로 충격패한 탓에 조 1위로 16강에 갈 기회를 놓치며 F조 1위인 이란과 8강행을 다투게 됐다.
아시안게임 출전 역사상 최초로 남자축구 2연패에 도전했던 한국이라는 점에서 말레이시아전 패배와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결과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패배는 결과적으로 한국 선수단을 정신적으로 성숙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경기 후 만난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주장으로서 내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 내가 더 솔선수범하려고 한다”면서 “16강부터는 약한 팀이 짐 싸서 집으로 가야 한다. 선수들에게 이 부분을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간결하지만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가 금메달을 딸 가능성을 100%라고 생각한다"는 손흥민은 "하지만 결승 진출에 대한 생각을 벌써 하지는 않겠다. 이제는 다음 경기인 16강전만 생각하겠다"고 자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손흥민, 황의조(감바 오사카)와 함께 와일드카드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골키퍼 조현우(대구) 역시 마찬가지다. 조현우는 “(손)흥민이가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하며 중심을 잡았다”면서 “힘들었지만 이제는 이란과 16강전만 생각하고 준비하겠다”고 필승 각오를 선보였다.
지난 말레이시아전 패배 후 미성숙한 모습을 보여 많은 팬의 질타를 받기도 했던 황희찬(잘츠부르크)도 “말레이시아전 패배를 통해 많이 배웠다. 더 노력하고 신경 써서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들뿐 아니라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의 각오도 다르지 않았다. "남은 경기는 벼랑 끝 승부다. 나와 선수들은 매 경기를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으로 치를 것이다. 우리의 뒤에는 낭떠러지 뿐"이라는 강력한 출사표로 치열한 토너먼트 승부를 뚫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