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감독은 국내 훈련 진행 당시 "공격수들에게는 팀의 큰 움직임에 대해서만 주문하고 얘기하면 된다. 그런 능력들도 갖추고 있다"며 "오히려 수비 조직력을 다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생각이다"라고 밝히며 수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정작 대회에 돌입하자 많은 공을 들인 수비 조직력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6-0 완승을 거둔 1차전에서는 바레인의 공격력이 너무나 무딘 탓에 조직력을 시험해볼 틈이 없었다.
문제는 말레이시아와 치른 2차전부터 도드라졌다. 1-2로 말레이시아에 패한 한국. 두 번의 실점 모두 수비가 흔들린 탓에 내주고 말았다. 수비수 황현수와 골키퍼 송범근의 충돌로 공이 흘렀고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실점 역시 황현수가 상대 공격수를 놓치면서 나온 장면이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 2-3 패배 이후 말레이시아에 44년 만에 당한 충격패. 하지만 불안한 수비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0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키르기스스탄과의 E조 최종 3차전에서 1-0 진땀승을 거뒀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이 후반 17분 코너킥 상황에서 논스톱 발리슛으로 결승골을 넣어 한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비록 이기긴 했지만 날 역시 수비 조직력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키르기스스탄 역습에 고전했고 집중력이 흔들리며 패스 미스도 이어졌다.
역습에 흔들리면서 불필요한 파울까지 나왔다. 전반 18분 수비수 김민재(전북)가 키르기스스탄의 역습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태클을 했다. 그러나 태클이 공이 아닌 에르니스트 바티르카노프의 발에 걸리며 옐로카드를 받았다.
실점 위기는 넘겼지만 대가가 따랐다. 지난 17일 말레이시아와 경기에서 경고를 받았던 김민재는 대회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면서 16강전에 뛸 수 없게 됐다.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부터 8강까지 경고가 누적된다. 경고는 4강부터 소멸된다.
수비 지역에서의 판단력도 좋지 못했다. 후반 11분 수비수 정태욱(제주)은 불안한 볼터치로 상대에 역습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위험한 상황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분명 아쉬운 장면이었다.
특히 패스 미스가 너무나 많았던 한국 수비다. 수비 지역에서의 패스 미스는 실점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선수들의 위치를 재빨리 파악해 정확한 패스로 빌드업을 진행해야 했지만 이날 한국은 수비 지역에서의 패스가 너무나 부정확했고 불안했다.
진땀승으로 간신히 조 2위로 16강에 오른 한국 축구. 그러나 지금의 수비 조직력이라면 대회 2연패는 물론 8강 진출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