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저도 몰랐던 딸이 살아 있다니요…" 애끓는 사연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에서 시작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남측 상봉단이 20일 오전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금강산으로 출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북측에 저도 몰랐던 딸이 살아 있었다니요…"

65년이 넘게 생사도 모르고 살았던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마침내 부둥켜안았다.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은 20일 오후 3시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만났다.

첫 단체상봉이 이뤄지는 테이블 마다 기구한 사연들이 이어졌다.

올해 89세의 유관식 할아버지는 이번에 딸 유연옥(67)씨를 만났다. 그런데 처음에는 딸이 있는 줄 조차 알지 못했었다. 북측에 두고 온 부인이 헤어질 당시 딸을 임신해있었던 것.

유 할아버지는 1950년 10월 국군이 평양에 입성했을 때 치안대를 조직했다가 그해 12월 중공군이 내려온다는 소식에 1주일만 피난갔다가 돌아오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버렸다.

결국 유 할아버지의 딸은 유복자로 자라야 했고, 이번에 생사확인 과정에서 부녀가 서로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


유 할아버지는 사전 인터뷰에서 "북한이 보내온 회보서에 딸 이름 밑에 유복자로 소개돼있었는데 깜짝 놀랐다"며 "내 딸이 태어났구나는 생각에 꿈인가 싶었고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 정말 기적이다"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 씨를 만나 기뻐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모자(母子) 상봉의 감격도 이어졌다.

92살의 이금섬 할머니는 이제는 늙어버린 아들 리상철(71)씨를 만났다.

전쟁통에 가족들과 피난길에 올랐는데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이 차단되는 바람에 업고 있던 갓난 딸과 둘이서만 남한으로 나오고 남편을 비롯해 아들과는 생이별을 해야 했다.

모녀(母女)간의 애틋한 만남도 있었다.

99살의 한신자 할머지는 이번에 김경실(72)·김경영(71) 등 두 딸과 상봉했다. 흥남에 살던 한 할머니는 1·4 후퇴때 "한 2~3달이면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시 갓난아기였던 셋째 딸만 업고 나오고, 위로 두 딸은 고향에 남겨 두었었다.

한 할머니의 동행 가족들은 "노환으로 귀가 어두워지면서 잘 듣지는 못하지만 65년만에 만나는 두 딸의 얼굴은 충분히 알아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1번째인 이번 상봉행사에서 북측에 있는 자녀를 만나는 이산가족은 7명이다. 또 국군포로 한 가족과 전시납북자 다섯 가족도 감격적인 만남을 가졌다.

이날 단체상봉을 시작으로 남북 이산가족들은 22일까지 2박 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의 만남을 가진다. 이날 저녁에는 북측 주최로 환영만찬이 열려 남북의 가족이 모두 함께 저녁 식사를 한다.

이틀째인 21일에는 오전에 숙소에서 가족들끼리만 개별적으로 만나고, 이번에 처음으로 도시락으로 객실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며 총 3시간의 개별상봉을 갖게 된다.

이산가족들은 마지막날인 22일 오전 작별상봉과 공동 점심을 끝으로 다시 동해선 육로를 거쳐 귀환한다.

이어 24일부터 사흘간 북측 이산가족 83명과 이들이 찾는 남측 가족이 금강산에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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