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개막을 앞두고 대회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는 바로 “미안합니다”입니다.
제가 와 있는 자카르타는 아시안게임의 개막을 앞두고 아시아 45개국에서 모이는 손님을 맞이하려는 손길로 분주합니다. 자카르타의 관문인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부터 아시안게임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찾는 이들을 맞기 위한 밝은 미소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선수단과 미디어 등 관계자를 위한 전용통로를 만들어 빠른 입국을 도왔습니다. 조금이라도 길을 헤매는 듯한 낌새가 느껴지는 이들에게는 자원봉사자가 다가와 “무엇을 도와줄까요”라고 묻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습니다. 다소 과하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인도네시아가 아시안게임 참가자를 대하는 친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의 에너지(Energy of Asia)’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대회는 사실 베트남에서 2019년 열릴 예정이던 아시안게임의 대체 대회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1962년 4회 대회 이후 56년 만에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인도네시아는 4년의 준비 기간을 줬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공식 개막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대회가 별 문제 없이 치러질 수 있겠냐는 의문은 여전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경기장 시설입니다. 개회식 직전까지도 경기장 곳곳은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일부 경기장은 관중 시설이 없기도 하고, 경기 시설을 계속 만드는 경기장도 일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칫 경기 도중 안전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큽니다.
자카르타의 경우는 케마요란 지역에 대형 아파트가 선수촌으로 사용됩니다. 한 개 객실에는 1인실과 2인실이 마련되어 있지만 크기가 일반적인 방에 미치지 못합니다. 각종 물품의 품질 역시 국제대회의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한국 선수단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한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선수단이 열악한 선수촌 시설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팔렘방 지역의 선수촌 역시 마찬가집니다. 이 때문에 우리 선수단은 사비를 들여 식사와 편의시설을 보충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장 곳곳에 배치된 자원봉사자 또는 대회 관계자에게 무언가 질문을 던지면 가장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 바로 "미안합니다(sorry)"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는 개막했습니다. 하지만 수영 시상식 도중 국기 게양대가 망가져 시상식이 중단되는 사고부터 일반 관중객이 선수 공간까지 찾아드는 등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여러 경기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곳 사람들은 특유의 여유를 발휘해 사고를 극복하는 중입니다. 과연 ‘아시아의 에너지’는 대회가 폐막하기 전까지 100% 완전히 충전될 수 있을까요.